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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 손에서 다시 꽃 핀 ‘파리의 심판’ 전설 스택스 립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입력 : 2025-07-20 14:49:29 수정 : 2025-07-20 14:49:27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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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택스 립 와인 셀라 S.L.V 1973, ‘파리의 심판’서 보르도 1등급 샤토 제치고 1위 올라/변방이던 나파밸리 와인 품질 세계 시장에 알려/와이너리 일군 워렌 위니아스키 지난해 95세 일기로 타계/800년 역사 안티노리 스택스 립 인수 해 ‘파리의 심판’ 전설 이어가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수석 와인메이커 마르쿠스 노타로(Marcus Notaro). 최현태 기자

스미소니언 국립 미국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에는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101 Objects That Made America)’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중에는 와인도 2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Chardonnay) 1973, 레드 와인 스택스 립 와인 셀라 S.L.V. 카베르네 소비뇽(Stag’s Leap Wine Cellars S.L.V. Cabernet Sauvignon) 1973입니다.

 

샤토 몬텔레나 1973과 스택스 립 와인 셀라 1973.

 

 

스택스 립 와인 셀러 설립자 워렌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 홈페이지

두 와인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976년 세계 와인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파리의 심판’에서 유명한 부르고뉴 샤르도네와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와인입니다. 당시 스택스 립 와인 셀라 S.L.V. 1973을 만든 와이너리 오너이자 와인메이커는 워렌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 미국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쓴 그는 지난해 향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와인은 800년 역사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 손에서 새 생명을 얻어 ‘위대한 전설’의 역사를 후대에 전합니다.

 

파리의 심판 현장.
파리의 심판 현장.

◆파리의 심판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 프랑스 ‘5대 샤토’인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등 프랑스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맞붙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나파밸리는 그저 그런 싸구려 테이블 와인이나 만드는 와인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나파밸리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에서 모두 1위를 휩씁니다. 고급와인의 기준은 프랑스였기에 대회 결과는 프랑스 와인업계는 물론, 전세계 와인업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습니다.

 

오전에 진행된 화이트 와인 심사에선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1973이 132점을 얻어 부르고뉴 뫼르소 샤름 프리미에 크뤼 훌로(Meursault Charmes 1er Cru Roulot·126.5점)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합니다. 뿐만 아니라 3위 샬로네 빈야드(Chalone Vineyard) 1974, 4위 스프링 마운틴 빈야드(Spring Mountain Vineyard) 1973 등 5위안에 나파밸리 와인이 3개나 포진합니다.

 

큰 충격을 받은 프랑스 심사위원들은 오후에 열린 레드 와인 심사에선 아무런 말없이 심사에만 집중합니다. 보르도 와인을 반드시 찾아내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일념으로. 하지만 스택스립 SLV 카베르네 소비뇽(Stag's Leap SLV Cabernet Sauvignon) 1973이 127.5점을 얻어 샤토 무통 로칠드 1970을 1.5점차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오릅니다. 더구나 3위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 Brion), 4위 샤토 몽로즈(Chateau Montrose) 등 유명 와인들을 모두 제쳤기에 심사위원들은 자괴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심사위원은 9명으로 모두 프랑스의 와인 전문가들입니다. ▲도멘 드 라 로마네꽁띠(Domaine de la Romanee-Conti) 공동 소유자 오베르 드 빌라인(Aubert de Villaine) ▲샤토 지스꾸르(Chateau Giscours) 오너이자 그랑크뤼클라세협회(Union des Grand Cru Classe) 회장 피에르 타리(Pierre Tari) ▲에뷔 드 뱅 드 프랑스(Revue de Vins de France) 편집장 오데뜨 칸(Odette Kahn) ▲프랑스 국립원산지명칭연구소(INAO· Institut National des'd origine) 회장 피에르 브레조(Pierre Brejoux) ▲와인 인스티튜트 오브 프랑스(Wine Institute of France) 교수 미셸 도바즈(Michel Dovaz) ▲고 미요 레스토랑 가이드(Gault Millau Restaurant Guide) 세일즈 디렉터 클라우드 두보 미요(Claude Dubois-Millot) ▲미슐랭 3스타 레드토랑 르 그랑 베푸(Le Grand Vefour) 오너 셰프 레이몽 올리비에(Raymond Oliver)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 뚜흐 다흐장(La Tour d’Argent) 헤드 소믈리에 크리스티앙 바네크(Christian Vaneque)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따유벙(Le Taillevent) 오너 장 클라우드 브리나(Jean-Claude Vrinat)입니다.

 

심사 결과는 당시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현장에서 취재하던 타임(TIME)지 특파원 조지 M. 테이버 덕분에 그해 6월 7일자 타임지에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게 됩니다. 기사는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캘리포니아가 골(Gaul 프랑스의 옛 이름)을 이겼다”고 전합니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충격적인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서 10주년인 1986년과 30주년인 2006년 같은 와인으로 재대결을 벌였지만 역시 미국의 승리로 돌아가 파리의 심판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합니다.

 

나파밸리 주요 와인 산지. 나파밸리와인협회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의 태동

 

2008년 개봉한 랜디 밀러 감독의 영화 ‘와인 미라클(원작명 보틀 쇼크· Bottle Shock)’은 파리의 심판과 샤토 몬텔레나의 성공 스토리를 그립니다. 덕분에 샤토 몬텔레나는 세계적인 와인으로 또 한 번 성공가도를 달립니다. 이런 샤토 몬텔레나의 명성에 가려져 비교적 덜 주목받은 와인이 스택스 립 와인 셀라 S.L.V.입니다. 이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에서 생산됩니다. 나파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오크빌 바로 아래 붙어있는 욘트빌의 동쪽 와인산지로 1961년 미국 와인 산업의 선구자 네이든 페이(Nathan Fay)가 이곳에 처음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으면서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당시 스택스 립은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서늘했기에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떼루아라는 사실을 간파한 네이든 페이는 90에이커(약 36.4ha) 규모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밭을 조성합니다.

 

워렌 위니아스키(왼쪽)과 네이든 페이. 홈페이지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서늘한 기후 덕분에 포도는 천천히 익으면서 복합미가 극대화됐습니다. 화산 토양은 포도에 응축된 맛과 미네랄을 부여했고 수분 보유력이 높은 퇴적토양은 부드럽과 우아한 탄닌을 만들어 냈습니다. 풍부하면서도 구조감이 뛰어난 와인이 탄생한 겁니다. 이에 찰스 크루그 와이너리(Charles Krug Winery), 조 하이츠(Joe Heitz), 프란시스 마호니(Francis Mahoney, Carneros Creek Winery),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등 나파밸리의 전설적인 와이너리들에 네이든 페이의 포도가 공급되기 시작합니다.

 

페이 빈야드. 홈페이지
스택스 립 S.L.V. 빈야드. 홈페이지

◆한잔의 와인이 바꾼 인생

 

1969년 네이든 페이의 포도밭을 한 와인메이커가 방문합니다. 그는 네이든 페이가 집에서 먹기 위해 만든 1968 빈티지 카베르네 소비뇽을 시음한 뒤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병을 열자마자 페이 빈야드의 향긋한 아로마가 셀러를 가득 채웠고 그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이 만들고 싶은 와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바로 ‘나파밸리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의 와인 메이커. 몬다비에서 독립해 자신의 와이너리를 만들려고 꿈을 안고 포도밭을 찾아다니던 워렌 위니아스키입니다. 마침 페이 빈야드 인근에 40에이커(약 16.1ha) 규모 자두 밭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자두가 카베르네 소비뇽 보다 더 비쌌지만, 워렌은 1970년 그 땅을 사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고 와이너리 위쪽에 있는 바위를 본떠 스택스 립 빈야드(Stag’s Leap Vineyard), S.L.V.란 이름을 포도밭에 선물합니다.

 

스택스 립 와인.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수사슴 로고.

그는 1972년 와이너리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1973년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를 설립합니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원주민들이 사슴을 쫓아 바위 위로 몰아가 사냥하던 장소입니다. 사슴은 큰 V자 모양의 바위가 있는 절벽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으로 뛰어넘어 도망쳤기에 ‘스택스 립’으로 불렸는데 이는 ‘수사슴의 도약’이란 뜻입니다. 시카고 출신인 워렌은 원래 시카고의 대학 교수였는데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안식년을 떠났고 그곳에서 와인에 매료돼 가족과 함께 나파밸리로 이주, 샤토 수브레인(Chateau Souverain)과 로버트 몬다비를 거치며 와인메이킹 실력을 쌓았습니다.

 

스택스 립 페이. 홈페이지

워렌의 첫 빈티지 1972년. 그런데 불과 두 번째 빈티지인 스택스 립 와인 셀라 S.L.V. 1973년이 유명한 파리의 심판 1위를 차지하면 일약 스타덤에 오릅니다. 이후 워렌은 1980년대 중반 네이든 페이의 포도밭을 추가로 인수, 그의 창업 정신과 업적을 기려 ‘페이(FAY)’를 선보이고 미국 와인 양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드레 첼리체프(André Tchelistcheff)와 함께 뛰어난 해에만 생산되는 상징적인 ‘CASK 23’을 세상에 내놓아 와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게 됩니다. “Iron Fist in A Velvet Glove”. 워렌은 자신의 와인을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이라고 비유했는데 이 표현은 이제 미국 최고급 와인을 상징하는 말로 전 세계 와인 전문가와 애호가들에게 널리 인용되고 있습니다.

 

네이든 페이(왼쪽)와 워렌 위니아스키. 홈페이지

◆스택스 립 품은 안티노리

 

2007년 워렌이 은퇴하면서 와이너리는 미국 워싱턴주의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과 이탈리아의 안티노리(Antinori) 가문이 공동 인수했고 안티노리는 2023년과 2025년 샤토 생 미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합니다.

 

안티노리는 8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와인 명가입니다. 1385년 지오반니 피에로 디 안티노리(Giovanni di Piero Antinori)가 피렌체 와인생산조합에 가입해 와인 양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안티노리 가문은 이보다 더 앞선 1180년대부터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티냐넬로(Tignanello), 솔라이아(Solaia), 구아도 알 타쏘(Guado al Tasso) 등 수퍼 투스칸 와인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 피안 델레 비녜(Pian delle Vigne)가 모두 안티노리 소유입니다. 스택스 립을 매각한 뒤에도 나파밸리 남쪽 아르카디아 빈야드(Arcadia Vineyards)에서 여전히 와인을 만들던 워렌은 지난해 95세로 타계해 그의 ‘파리의 심판" 스토리는 이제 전설이 됐습니다.

 

수석 와인메이커 마르쿠스 노타로. 최현태 기자

안티노리의 현재 수석 와인메이커는 마르쿠스 노타로(Marcus Notaro)입니다. 한국을 찾은 노타로를 만났습니다. 스택스 립은 올해부터 수입사가 바뀌어서 아영FBC가 수입합니다. “스택스 립은 설립 당시 굉장히 혁신적인 와이너리였어요. 안티노리는 지금도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에도 도전하고 있고, 포도밭을 모두 자체 소유하면서 품질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와인 스타일은 결국 포도밭에서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 포도밭의 개성과 자연을 존중하며 와인을 만들어야 하죠.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복합적이고 풍부하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고, 알코올감이나 떫은맛이 과하지 않습니다. 스택스 립 와인들은 저도 마시기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입니다.”

 

스택스 립 S.L.V.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S.L.V.

 

잘 익은 검은 자두,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무화과로 시작해 코코아, 블랙베리 잼, 모카, 올리브, 체리 초콜릿, 에스프레소향, 흙내음이 더해지고 오크숙성에서 오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코코아 파우더, 베이킹, 섬세한 스파이스, 토스트, 호두, 약간의 허브 뉘앙스가 입안을 기분 좋게 감싸줍니다. 실키한 탄닌, 풍부한 질감, 균형잡힌 산도가 매력적이며 복합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프랑스산 새 오크(90%)에서 21개월 숙성합니다. 전문가들은 2020 빈티지는 2026년이나 2027년 쯤 아주 먹기 좋게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 오리 콩피, 구운 무화과, 버섯 라비올리와 잘 어울립니다. S.L.V. 포도밭은 카베르네 소비뇽 14.1ha, 카베르네 프랑 0.6ha이며 배수가 뛰어난 화산암 기반 토양입니다.

 

스택스 립 캐스크 23.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캐스크 23

 

전설적인 포도밭 FAY와 S.L.V.에서 엄선된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듭니다. 블루베리, 멀베리, 블랙 체리, 다크 커런트로 시작해 카시스, 아니스, 바이올렛향, 삼나무가 더해지고 담배, 스모크, 잘게 쪼개진 돌의 미네랄, 흙내음, 다크 초콜릿, 가죽, 감초, 정향, 흑연, 에스프레소 크레마도 느껴집니다. 특히 페이 빈야드 화산토에서 오는 특유의 스파이스와 충적토가 부여하는 매우 섬세한 탄닌과 미네랄이 매력적입니다. 겹겹이 쌓인 아로마가 복합미를 선사하며 농축미가 뛰어난 과일향과 산도가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뉴 프렌치 오크에서 21개월 숙성합니다. 10년 이상 숙성할 수 있고 잘 보관하면 50년 이상도 거뜬하게 버티는 숙성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2021은 2029년부터 먹기 좋게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드라이 에이징한 스테이크, 브레이징 소갈비, 흑마늘을 곁들인 가금류,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1974년 수확 당시 와이너리의 컨설턴트였던 앙드레 첼리체프(André Tchelistcheff)가 여러 배럴을 시음하던 중 S.L.V. 23번 배럴이 독보적인 맛을 보여 ‘캐스크 23’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스택스 립 페이.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페이

 

1961년 미국 와인의 선구자 네이든 페이가 처음으로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에서 심은 싱글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듭니다. 보이즌베리(블랙베리+라즈베리+로건베리 교배종), 스트로베리, 자두로 시작해 달콤한 세이지, 타임의 허브향, 바이올렛, 은은한 플로럴 노트, 삼나무, 스파이스, 쿠키 도우, 바닐라, 숲속의 흙내음이 어우러집니다. 입에서는 생동감 있는 질감, 세련되고 실키한 탄닌, 감칠맛이 감도는 피니시가 느껴집니다. 뉴 프렌치 오크에서 21개 숙성합니다. 체리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말린 체리, 버섯, 파로 요리한 쿠스쿠스, 돼지고기 필렛, 소고기 요리, 포르치니 버섯 파스타, 렌틸콩 스튜, 구운 야채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스택스 립 아르테미스.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아르테미스(Artemis)

 

아르테미스는 나파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에 다른 품종을 소량 블렌딩합니다. 2021년은 카베르네 소비뇽 98%, 카베르네 프랑 1%, 말벡 0.5%, 메를로 0.5%입니다. 보이즌베리, 자두, 커런트, 초콜릿, 베이킹과 코코아의 스파이스, 토스트된 오크, 스위트 토바코, 바닐라 빈의 풍성한 풍미가 매혹적인 아로마를 선사합니다. 풍부한 검은 과일향과 풀바디의 넉넉한 느낌 뒤로 고운 탄닌이 상쾌함을 더합니다. 여러 곳의 포도를 사용했지만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특유의 부드러운 힘이 느껴집니다. 구운 고기, 바베큐 치킨, 불고기, 버섯 요리, 프로슈토를 곁들인 파스타와 잘 어울립니다. 와인 이름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의 여신입니다. 나파밸리에서 최고의 포도 포도를 찾기 위한 와이너리의 ‘사냥(hunt)’ 정신을 담았습니다. 실제 아르테미스는 나파밸리 각 지역 최고급 와인 재배자들이 생산한 포도만을 선별해 만듭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15개월(새 오크 33%) 숙성합니다.

 

마르쿠스 노타로.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카리아.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카리아(Karia)

 

샤르도네 100%입니다. 라임, 감귤류, 사과, 배, 복숭아, 레몬 껍질로 시작해 잘 익은 망고, 허디뉴 멜론 등 열대과일향이 더해지고 꽃향기, 라임 파이도 더해집니다. 과일 풍미가 크리미하면서도 상큼하게 퍼지고 오크에서 얻는 바닐라, 호두와 은은한 스파이스가 매력적입니다. 레몬과 멜론 계열의 산뜻하고 긴 여운이 느껴집니다. 아몬드 크러스트를 입힌 흰살 생선 요리, 새우, 랍스터, 그릴 치킨, 오이, 토마토, 딜 살사를 곁들인 연어구이, 시금치와 페타 치즈를 채운 통닭 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9개월(새 오크 35%, 스테인리스 탱크 4%) 숙성합니다. 효모앙금과 함께 숙성해 복합미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카리아는 그리스어로 우아하다는 뜻입니다.

 

“카리아는 주로 두 지역의 샤르도네를 섞어서 만듭니다. 나파밸리 남쪽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샤르도네는 미네랄, 꽃향, 감귤류의 산미가 특징이고 북쪽 고지대 포도는 더 풍부한 맛과 질감을 줍니다. 두 와인을 조합해 복합적인 샤르도네를 만들죠. 스테인리스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각각 숙성해 산뜻함과 깊이를 동시에 담았습니다. 안티노리가 스타일을 약간 바꿨는데 현재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저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안티노리 가문이 만드는 와인들과도 통하는 면이 있죠.”

 

스택스 립 아베타. 최현태 기자

◆스택스 립 아베타(Aveta)

 

2023 빈티지는 소비뇽블랑 68%, 소비뇽 무스크(Sauvignon Musque) 27%, 세미용 4%, 무스캇 카넬리(Muscat Canelli) 1%입니다. 소비뇽블랑의 클론인 소비뇽 무스크는 좀 더 향긋하고 아로마틱한 특성을 지녔습니다. 복숭아, 망고, 오렌지 블로섬, 머스캣 향이 더 풍성하고 산도가 좀 더 부드럽습니다. 무스캇 카넬리는 머스캣 계열로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재배하는 아로마틱한 품종입니다. 아베타는 풋사과, 감귤류의 시트러스, 자몽, 과즙 풍성한 배, 망고, 구즈베리, 화이트 피치, 파인애플, 허디듀 멜론, 오렌지 블로썸이 어우러지고 젖은 돌의 미네랄이 잘 느껴집니다. 세비체, 크랩 케이크 해산물 패티, 그릴드 오이스터 등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50%, 중성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50%씩 6개월 숙성합니다.아베타는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물의 여신’으로 와인의 시원하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를 담았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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