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 알록달록 파스텔톤 채색 동화마을 온듯/연인들 사랑 고백 명소 키스 브리지·화려한 워터쇼 ‘키스 오브 더 시’ 등 볼거리 많아/세계 최장 바다 횡단 케이블카타면 혼텀섬으로 점프/스노클링·스쿠버 다이빙·패러글라이딩·제트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 천국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종탑. 파리의 개선문. 로마의 콜로세움. 시칠리아풍 계단. 아말피 해안의 세라믹 타일. 이쯤 되면 유럽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 골목 어디를 걸어도 유럽의 거리에 서 있는 듯한 곳은 베트남의 작은 유럽 푸꾸옥. 도시 전체를 알록달록 파스텔 톤으로 채색한 선셋타운에 저녁노을이 내리면 푸른 파도 넘실대는 바다 위 키스 브리지를 걷는 연인들의 가슴은 낭만 가득한 사랑으로 물든다.



◆파스텔 톤 가득한 유럽 감성 선셋타운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에서 무료셔틀을 타고 서쪽으로 10분을 달리면 선셋타운에 닿는다. “이곳이 정말 베트남이 맞아?” 여행자들은 셔틀에서 내리자 유럽을 닮은 동화 마을 같은 풍경에 탄성을 터뜨린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신기한 모습이다. 중앙 광장 라 페스타 푸꾸옥의 75m 높이 붉은 벽돌 시계탑은 선셋타운의 랜드마크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종탑을 모티브로 만들었는데 수세기 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역사적인 유물 같다. 종탑 앞 도로에는 유럽 올드카 디자인으로 꾸민 빨간 승용차들이 서 있는데 선셋타운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관광택시다. 기사들은 이용 안 해도 괜찮으니 마음껏 타보고 사진도 찍으라며 미소를 짓는다. 종탑 건너편 ‘S자’로 휘어지는 세라믹 계단에는 나풀거리는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20대들이 서로의 예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를 재현해 ‘밀란 스트리트’로 불리는 계단은 인생 샷을 얻을 수 있어 여행자들이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종탑 오른쪽 광장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태양신의 분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86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조각가 안토니오 프릴리가 설립한 가족 기업, 프릴리 갤러리가 약 2년에 걸쳐 로마 시대의 수공예 기법을 적용해 세심하게 손으로 조각한 작품이다. 분수 조각에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아푸안 알프스에서 채석한 거대한 화이트 카라라 대리석이 사용됐다. 아푸안 알프스는 고대 로마 시대 이전부터 대리석을 채굴한 곳으로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의 작품에 이곳의 대리석이 사용됐다. 분수 맨 위에 네 마리 말이 이끄는 전차에서 활을 들고 선 남자는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된 고대 조각 아폴로 벨베데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작품은 서기 130∼140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원전 330∼320년에 그리스 조각가 레오카레스가 만든 청동 조각의 로마 시대 복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헬리오스는 매일 아침 불꽃을 내뿜는 네 마리 말이 이끄는 전차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태양을 운반하며 세상을 밝히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했다.



분수를 지나 바닷가 쪽으로 나서면 ‘바다의 심포니’ 광장을 만난다. 그 너머 바다 위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거대한 구조물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바로 푸꾸옥의 명물 키스 브리지. 2023년 12월 개통된 다리는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카사몬티의 작품이다.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를 만든 선 그룹이 선셋타운을 조성하면 키스 브리지를 바다에 세웠다. 디자인이 아주 독특하다. 북쪽과 남쪽 두 갈래로 바다를 향해 뻗은 다리의 전체 길이는 약 800m이며 두 다리가 만나는 가운데 지점에 50㎝가량의 틈이 있다. 따라서 건너갈 수는 없지만 연인들이 서로 안고 입을 맞출 수 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대표 걸작 ‘아담의 창조’와 베트남의 ‘견랑과 축녀’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청혼의 다리’로도 불리며 매일 노을이 질 때면 연인들이 이곳을 찾아 사랑을 고백하는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졌다. 매년 12월24일∼1월1일에는 해넘이가 정확히 틈새로 보이도록 설계했다.



◆화려한 워터쇼 즐기고 혼텀섬도 가볼까
해가 지면 화려한 워터쇼가 막을 올린다.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9시∼9시30분 키스 브리지 입구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키스 오브 더 시(Kiss of the Sea)’ 공연이다. 푸꾸옥 섬 소년과 은하계 소녀가 힘을 합쳐 외계 괴물에 맞서 싸우며 사랑을 지키는 스토리로 다소 뻔한 내용이지만 볼거리는 아주 화려하다. 프랑스 프로덕션 회사 ECA2가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 멀티미디어 야외공연으로 3중 돔 무대의 1000㎡ 워터 스크린을 배경으로 약 4600㎥ 해수가 사용된다. 불, 물, 조명, 3D 매핑, 특수 효과, 음악이 어우러지며 아티스트 60명이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신나게 펼쳐진다. 관람석은 5000석 규모로 여유가 있고 마지막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7분 동안 밤하늘을 수놓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다.




공연장에서 혼텀섬을 오가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오르는 길에는 재미있는 건축물들을 만난다. 케이블카 탑승장 건물은 로마 콜로세움 모양으로 만들었고 그 옆으로는 아말피 해변 세라믹 타일을 모티브로 만든 길이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끝까지 오르면 폼페이 유적과 선셋타운 포토존 광장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신나게 하늘을 날아 선 그룹이 개발하는 대규모 복합 리조트가 있는 혼텀섬으로 갈 수 있다. 총 길이 7899.9m 케이블카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 바다 횡단 케이블카’로 등재됐다. 케이블카가 고도를 높이자 키스 브리지와 공연장의 전체 규모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도시를 파스텔톤으로 칠한 선셋타운이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케이블카는 바다 위 약 164m 높이로 날아가기에 간담이 서늘하다. 배들이 분주히 오가는 아름다운 안토이 항구, 쪽빛 바다, 울창한 원시림 풍경을 즐기다 보면 약 15분 만에 혼로이섬, 혼주어섬을 지나 혼텀섬에 닿는다.



혼텀섬은 액티비티의 천국. 패러글라이딩, 제트스키, 카약은 물론 산호초와 해양생물을 관찰하는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도 즐길 수 있다. 유럽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무대 공연과 동물 서커스도 매일 펼쳐진다. 캐나다 업체가 제작한 아쿠아토피아 워터파크에는 360도 회전형 슬라이드와 ‘파이선 전쟁’ ‘바다뱀 크루저’ ‘파도 위의 드래건’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어트랙션이 마련돼 있다. 열대과일·해양생물·야생동물·바다괴수·원주민마을·해적 6개 테마존으로 꾸며져 볼거리가 많다. 혼텀섬으로 들어서자 무더운 날씨에도 전 세계 여행자들로 북적댄다. 베트남 전통 음식과 다양한 꼬치구이를 즐기는 펍이 인기.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자 여행 피로가 금세 사라진다.


◆번잡한 마음 씻는 호국사 풍경소리
베트남은 택시 요금이 아주 저렴한 편이다.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그랩(Grab)’을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면 된다. 푸꾸옥은 아주 작은 섬이라 어디서든 택시를 부르면 5분 안에 온다.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에서 택시를 타고 북쪽으로 20분 정도 달리면 섬을 내려다보는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호국사를 만난다. 이름 그대로 ‘나라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베트남 남쪽 바다와 푸꾸옥 섬을 수호한다는 뜻을 담아 사찰을 지었다. 삼문 천관문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자 연잎 위에 서 있는 귀여운 동자승 모양의 부처 청동상과 계단을 오르는 듯한 거대한 용 두 마리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꿈틀대는 모습이 금세라도 승천할 것 같다.


대웅전 둘레에는 여러 부처, 보살, 수호신, 고승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서 있다. 더 높은 언덕에 자리한 하얀색 석재로 만든 조각상은 관세음보살상. 왼손바닥에 물병을 놓고 오른손은 중생 구제를 상징하는 엄지와 약지를 모은 채 푸꾸옥 바다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신비로운 표정이 인상적이다.
종루와 법고루 천장에는 대형 풍경이 매달려 있다. 푸꾸옥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풍경이 꿈결 같은 영롱한 연주를 시작한다. 눈을 감고 고요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에 귀 기울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처럼 번잡한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슴에는 고요한 평화만 남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