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해군·해병 ‘원팀’ 정신 입증”
미국 해군사관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해병대 장성이 교장을 맡게 됐다. 해사 졸업생 상당수가 해병대 장교로 진출하긴 하지만 교장이 되어 돌아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해병대사령부 인사참모부장으로 재직 중인 마이클 보그슐테 중장을 해사 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통상 해군 중장이 맡아 온 해사 교장 직위는 연방의회 상원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다.

1969년생인 보그슐테 중장은 1991년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사를 졸업하고 항공 병과 소위로 임관했다. 주한미군 예하 해병대 부대가 주둔한 경북 포항의 캠프 무적(CAMP MUJUK)에서 복무할 당시 대위로 진급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으며 2024년 중장으로 진급함과 동시에 해병대사령부 인사참모부장에 보임됐다.
1845년 창설돼 올해 개교 180주년을 맞은 미 해사는 그간 숱한 해병대 장교를 배출했다. 이는 해병대만의 독자적 사관학교가 없고 해사가 해군 및 해병대 장교를 모두 양성하는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다만 그간 해사 교장은 전원 해군 장성들로 채워져 왔다. 해병대 소속으로 해사 교수나 행정 요원 등으로 일한 장교는 있어도 교장으로까지 올라가진 못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보그슐테 중장은 풍부한 작전 경험과 전략적 통찰력을 지닌 장성”이라며 “그가 해병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해사 교장 직책을 맡게 된다면 이는 해군·해병대의 ‘원팀’ 정신을 입증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이벳 데이비스 현 해사 교장을 내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데이비스 중장은 2024년 1월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으며, 해사 개교 이래 첫 여성 교장이란 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이 광범위하게 시행되며 최초의 여성 해안경비대 사령관, 최초의 여성 해군참모총장, 사상 두 번째 흑인 합동참모의장에 이어 최초의 여성 해사 교장까지 차례로 탄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DEI 정책의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그간 현역 중장이 해사 교장에 취임하면 3년의 재직 기간을 보장받는 대신 임기 종료 직후 전역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1년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된 데이비스 중장은 전역하지 않고 해군본부 작전참모부장이란 새 보직을 받았다. 그는 국방부를 통해 발표한 짤막한 입장문에서 “해군 작전참모부장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미국 최고의 전사들과 계속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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