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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항모를 삼킨다…한국 해군의 ‘게임체인저’ 무기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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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0 09:00:00 수정 : 2025-07-20 09:05:48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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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이 2030년대 이후 해상 패권을 장악할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추진했던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 탑재 3만t급 경항공모함 사업 대신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는 드론 항모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유·무인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된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마라도함과 더불어 다목적 유·무인 전력 지휘함(MuM-T Carrier)을 확보하고, 구축함과 잠수함 등을 추가해 유·무인 해양전투단 또는 강습상륙단을 편성한다는 구상이다.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위해 무인기가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수상정과 무인기 등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무인체계를 이용한 해상 전투 기술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고가의 항공모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해군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2040년 이후에는 유인기와 무인기 및 무인수상정 등을 함께 운용하는 드론 항모가 전력화될 전망이다.

 

◆드론 항모와 기동함대의 결합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기존 3만t급 경항공모함 확보 계획을 변경해 다목적 유·무인 전력 지휘함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항모 사업에서 소요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배수량은 3만t(경하 기준)으로 설정하고, 건조비는 2조원 중후반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설계·건조에는 약 11년이 소요될 전망이며,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독도함·마라도함은 무인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성능개량을 진행한다.

 

탑재 무인기는 국내연구개발로 확보하며, 상륙기동헬기와 공격헬기는 마린온과 마린온 기반 상륙공격헬기를 활용한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 5월 28일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참가자들이 한화그룹 부스를 찾아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능개량을 거친 독도함·마라도함과 드론항모가 전력화되면 유·무인 체계 운용능력과 함대 지휘능력을 갖춘 함정 3척을 확보하게 된다.

 

해군은 이들 3척을 중심으로 임무에 따라 구축함, 잠수함 등을 추가하는 형태로 해양전투단 또는 강습상륙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해상작전을 담당할 해양전투단은 크게 1·2·3 전투단으로 나뉜다.

 

1전투단은 드론 항모와 기동함대 소속 구축함·잠수함·무인기로 구성된다. 2·3전투단은 독도함 또는 마라도함과 구축함·잠수함·무인기·무인수상정·기뢰 탐색 무인잠수정이 배치된다.

 

강습상륙단은 해양전투단 소속 무인수상정과 잠수함 대신 상륙기동헬기와 공격헬기가 추가된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여기에 상륙돌격장갑차와 고속상륙정도 탑재한다.

 

해군은 지난해 11월 독도함에서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가 만든 모하비 무인기를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위해 무인기가 격납고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비행갑판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독도함에서의 무인기 운용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추가 개량을 진행하면, 보다 안정적인 운용도 가능하다.

 

이처럼 해군이 드론 항모 보유를 본격화한 것은 항모나 강습상륙함에 무인기 사용을 늘리는 글로벌 추세와 무관치 않다.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함은 건조 당시엔 F-35B 운용에 초점을 맞췄으나, 지금은 모하비 등의 무인기 탑재도 고려하는 모양새다.

 

미국 핵항모 조지 부시함은 MQ-25 무인기를 탑재하며, 튀르키예 아나돌루함도 TB3 무인기를 운용한다. 포르투갈 해군이 발주한 MPSS함은 경항모와 유사한 외형이지만 무인기 운용에 특화한 함정이다.

 

높은 가격과 까다로운 보안성, 미국 의존도 상승 등 F-35B를 둘러싼 단점도 이같은 추세가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가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35B의 대당 가격은 1억1500만 달러(1065억 원)로 F-35A보다 상당히 높다. 20대를 구매하면 2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F-35B는 운용 및 후속군수지원과 훈련 등을 미 해병대에 의존해야 한다.

 

미국의 보안규정에 따라 항모 내 비행브리핑실·무장탑재실·정비실은 미 국방부 특별보안지침에 따라 민감정보를 보호하는 특별보안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 해당 구역의 설계·시공·검증은 미국의 공인된 기관이 진행한다.

 

◆한국의 드론 항모는 어떤 모습일까

 

해군이 도입할 드론 항모는 지난해 독도함에서의 무인기 운용시험 결과 등을 반영해서 만들어질 전망이다.

 

시험 당시 독도함 격납고에서 모하비 무인기를 비행갑판으로 옮기고 이륙시키는 과정에서 여유 공간이 부족했던 점이 드러났다. 이는 무인기가 인근 지상기지에 착륙한 원인 중 하나였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지난 8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형 드론 항모의 모습과 관련 기술 등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한화오션이 구상하는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 상상도. 한화오션 제공

항모에서 드론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무인기를 함상 운용 특성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날개를 접어서 격납고 수납과 승강기 이용을 쉽게 하고, 해상에서의 부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튼튼한 골격과 착륙장치도 필수다. 

 

무인기에 무장을 탑재할 수 있도록 비행갑판 아래의 격납고에서 항공무장을 갑판으로 이송하고 무인기에 장착하는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무인기 임무통제체계와 이착함 체계, 파도의 변화에 따른 함정의 항해·복원력, 화재 진압 등의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같은 능력과 기술이 적용된 드론 항모는 독도함처럼 고속상륙정과 신형 상륙돌격장갑차(KAAV-Ⅱ)를 탑재, 상륙능력과 무인기 운용능력을 함께 갖추게 된다.

 

함교 전·후방에는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를 탑재하고, 후방에는 항공기 관제소를 설치해 유·무인기 이착함을 통제한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 5월 28일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참가자들이 대한항공 부스를 찾아 무인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함수 비행갑판에는 무인기를 이륙시키는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설치한다.

 

전자기식 캐터펄트는 미국 항모 제럴드 포드함과 중국 항모 푸젠호에 쓰이는 최신 기술이다. 기존의 증기 방식 캐터펄트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가 작으며 인력 수요도 적다.

 

국내에서 F-35C나 J-15 수준의 고정익기를 띄울 대출력 캐터펄트 개발은 어렵지만, F-35C보다 훨씬 가볍고 작은 무인기 이륙에 필요한 전자기식 캐터펄트는 국내 기술로도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함미에서 이어지는 경사갑판에는 무인기의 착륙을 도와줄 강제 착함장치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무인기의 이륙과 착륙이 서로 간섭받지 않은 채 이뤄질 수 있다.

 

격납고에는 헬기와 무인기가 함께 탑재된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드론 항모 개념도에는 대한항공이 개발중인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가오리-X 무인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비행갑판에는 직선형 날개를 갖춘 중고도 무인기가 있었는데, 광역 정찰 등에 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대에 대한 위협을 사전에 식별·대응하려면 오랜 시간 비행하면서 넓은 지역을 감시·타격할 중고도 무인기가 필요하다.

 

후보군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4월 미국의 제너럴 아토믹스와 단거리 이착륙 능력을 지닌 그레이 이글 무인기 공동개발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 꼽힌다.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무인기는 이착륙 거리가 최대 수백m에 불과해 단거리 활주로, 비행갑판을 갖춘 대형 함정 등에서도 운용 가능하다. 탑재 가능 중량은 1.6t으로 정찰, 공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이 개발해 일선에서 쓰이는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도 후보로 꼽힌다. 군에서 이미 운용중이므로 핵심 기술은 검증됐고, 후속군수지원 체계도 구축됐다. 함상 운용에 맞게 개조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형수송함 마라도함(LPH)이 기동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오션 측은 드론 항모 건조를 위해선 함상 운용이 가능한 무인기를 단계적으로 도입, 경험 축적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정찰용 무인기를 도입·운용한 뒤 정찰 및 공격용 무인기를 배치하고, 최종적으론 무인전투기를 전력화해 드론 항모의 전투력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획득방식도 무인기 개발·운용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에서 무인기를 구매하고, 해외 기종을 기술협력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국산 무인기를 항모 특성에 맞게 개조한 뒤 전면적인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인기를 실시간으로 지휘통제하는데 필요한 대용량 통신체계가 필수적이다.

 

무인기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함대 사령관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융합해 시각화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도 요구된다.

 

디지털 기술이 대거 투입되는 만큼 고도의 사이버 보안 기술도 뒷받침되어야 하며, 인력 절감을 위한 자동화 기술도 필수다.

 

특히 무인기의 함내 이송과 유류공급, 탄약 보급 기능을 자동화해서 작전 효율을 높이거 인력 소요는 낮춰야 한다고 한화오션 측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위력을 떨치면서 미래 전쟁은 ‘드론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해상 전투도 마찬가지다. 드론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나라의 해군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다. 드론 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유·무인 해상체계 적용을 지금보다 더욱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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