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과 청력 손실이 사회적 외로움과 겹칠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학(UNIGE) 카리클레이아 람프라키 박사팀은 19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심리학(Communications Psychology)에서 유럽 노인 3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청력 손실과 외로움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청력 손실 또는 상실은 사회적 고립과 의사소통 어려움, 주의력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지 저하의 위험 요인도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적으로 25억명이 청력 손실 또는 장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60세 이상 인구의 약 25%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청력 손상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50세 이상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유럽 건강·노화·은퇴 조사(SHARE) 참가자 3만3741명(평균 연령 61.4세)에 대해 사회적 외로움 양상이 청력 손실과 인지 기능 간 연관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2년마다 활동, 사회적 연결, 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표준화 과제를 통해 일화기억(episodic memory) 기능도 검사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자기 보고를 토대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 △고립되지 않았지만 외로운 사람 △고립돼 있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 △고립되지 않고 외롭지도 않은 사람 등 네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분석 결과 청력 손실 정도가 심하거나 악화한 경우 즉각 회상과 지연회상 같은 일화기억과 언어 유창성 같은 인지 수행 능력이 더 낮고 저하되는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지 기능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고립 되지 않고 외롭지 않은 사람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더 많이,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 저하가 가장 큰 그룹은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들 이었다. 고립되지 않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다음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청력 손실과 외로움이 겹칠 경우 인지 저하 폭과 속도가 컸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노인층의 인지 저하를 예방하려면 청력 손실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측면을 모두 다루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노인성 난청과 청력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노인성 난청이 노화나 환경 뿐 아니라 유전적 영향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노인성 난청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10명 중 4명 이상이 앓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병윤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진이 최준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진과 함께 노인성 고심도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심도 난청은 청력이 심하게 떨어져 일반적인 소리는 거의 듣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와우(달팽이관)를 우회해 전기신호를 청신경에 전달하는 인공와우를 이식해야 한다.
연구진은 인공와우를 이식한 고령의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그리고 동물 실험을 통해 해당 돌연변이가 HOMER2라는 유전자의 끝부분을 삭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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