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가 공모해 학교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며 경북 울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재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확인되며 시험지 유출범에 대한 처벌 여부와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험지 유출 행위에는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가 적용가능하다. 형법은 위계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시험지를 미리 보고 답안을 알고 시험에 응시했다면 학교의 입시 감독 업무, 성적평가 업무 등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학교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 재학생인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 문제와 답안 등을 유출한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에서 교무부장이었던 현모씨에게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숙명여고 사건’ 징역 3년, ‘광주 시험지 유출’ 징역 1년6개월
대법원은 2018년 7월 정답 유출 의혹이 불거진 후 1년 8개월 만인 2020년 2월 현씨에게 징역 3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씨가 각 정기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딸들에게 유출하고 그 딸들이 그와 같이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해 정기고사에 응시했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적힌 휴대전화 메모,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과목 정답이 적힌 메모 등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현씨와 두 딸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유죄 판단을 유지했지만 현씨의 아내가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게 된 점, 두 딸도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을 받는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6개월 감형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018년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문제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행정실장과 학부모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은 2019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부모 B(53)씨의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3학년 1학기 이과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빼돌려 교육행정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들은 학생·학부모·교직원·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불신을 초래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학교법인 측에서 A씨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B씨의 경우 한국장학재단과 장애인특수학교 등에 상당액을 기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각 징역 1년6개월로 감형했다. 두 사람이 상고하지 않으며 이대로 형이 확정됐다.

◆일각서 ‘솜방망이 처벌’ 비판…처벌 강화 법안 필요할까
시험문제나 정답 유출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입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시험문제를 유출한 이들의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6월과 9월 수능 모의평가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C씨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A씨는 학교 교무실에 보관해 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9월 모의평가 시험지’를 몰래 꺼내 한 과목의 문제들을 사진 촬영해 자신이 운영하던 입시 관련 채팅방 회원인 학원 강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20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시험 유출 행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법률에 명시하고 가중 처벌토록 하는 이른바 ‘스카이캐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중·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범죄자를 최대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해당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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