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역할 등 따져야

근로기준법은 귀책사유가 없는 근로자가 경영상 이유로 직장을 잃었을 때 복귀할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A씨가 염두에 둔 ‘우선 재고용의무’는 해고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근로자가 복직 반대 의사를 표하거나,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해고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 같은 사례는 법원 판례상에 존재한다. 해고된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한 건데, 회사가 자신을 재고용해야 함과 동시에 사측이 고용 의사를 밝힐 때까지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와 같은 상황이었던 원고는 패소했다. 2021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원고가 해고될 때 담당했던 업무와 신규채용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같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20년 11월 대법원은 경영상 해고자에 대한 우선재고용의무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 당시 사건에서는 해고 직원과 신규채용 직원 업무가 같다는 점을 다툴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2021년 10월 서울고등법원 판례는 신규채용 직원 업무가 같은 업무인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같은 업무가 아니라는 근거로 △근무 장소가 물리적 위치뿐 아니라 기능과 역할이 다른 점 △주된 업무 내용이 다른 점 △직급, 직책, 급여 수준 등에서도 다른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업무의 내용 및 권한과 책임 등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해도,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 등 업무의 내용 등이 사회 통념상 유사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했다.
‘같은 업무’를 너무 좁게 해석하거나 너무 넓게 이해할 때 각각의 부작용이 생긴다. 좁게 해석하면 잘못도 없이 해고된 근로자의 권리가 동시에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너무 넓게 이해하면 사용자의 채용 자유가 제한된다. 사용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판례리뷰에서 여연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판결이 우선재고용의무의 요건인 ‘같은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판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판결은 (좁은 해석과 넓은 해석 사이의) 절충적인 입장이면서, 수행 업무의 내용 등이 상당히 유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급심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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