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 수요가 주춤해지고 있다. 가격도 3주 연속으로 오름폭을 줄이면서 관망세가 점차 짙어지는 모습이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로 일단은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를 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선 결국 공급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 대비 1.1포인트 내린 100.8로 집계됐다. 6·27 규제 발표 전인 6월 넷째 주(6월23일 기준) 104.2까지 치솟았던 지수는 이후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며, 100 이하로 떨어질수록 그 반대를 의미한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속한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104.5에서 이번주 103.4로 하락했다. 6월 넷째 주(111.2)와 비교하면 3주 만에 지수가 7.8포인트 떨어졌다. 마포·서대문구 등이 속한 서북권 지수는 100.5로 전주(103.0) 대비 2.5포인트 떨어지며 기준선과 근접해졌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자료에서도 비슷한 흐름은 나타난다.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55.2로 전주(60.6)보다 5.4포인트 떨어졌다. 3주 연속 내림세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개구가 50.6, 강남 11개구가 59.3으로 각각 6.4포인트, 4.4포인트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도 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KB부동산은 “강남권은 6월 셋째 주(104.5)와 넷째 주(108.9)에 기준점 이상으로 올랐다가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6월 마지막 주(82.3)에 급락했다”며 “3주 연속 지수가 하락하면서 매수 관망세가 뚜렷해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초강력 수요 억제책이 서울 내 고가 주택 중심으로 과열됐던 매수 심리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아파트값 역시 상승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상승했으나 오름폭은 전주(0.29%)보다 축소되며 3주째 상승세가 둔화했다.

시장의 관심은 수요 억제책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다. 수요 억제책의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을 누르는 효과를 낼 수 있으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6·27 대출 규제 강화 발표에 따른 주택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대출 총량 억제를 통한 시장 안정 시도는 가계부채 관리 및 시장 과열 방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으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주택공급 정책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고하희 건정연 부연구위원은 “대출 규제는 거래량 감소에 따른 일시적 가격 정체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으나 이는 수요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지연된 것일 뿐 시장 균형 회복과는 별개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 정책에 더해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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