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고령자 협소 공간 장시간 수용 부당”
尹측 “기력 저하로 식사도 어려워…석방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독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수감 생활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서울구치소에도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어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좁은 독방 생활 등으로 심각하게 악화한 건강 상태를 내세우며 석방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된 직후부터 그의 독방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외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이 40여건 접수됐다. 이들은 폭염 속 고령 수용자를 협소한 공간에 장시간 수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인권위가 법무부에 개선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0일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 여건을 개선하라는 내용의 항의성 민원이 서울구치소로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독방에만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다른 수용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2평대 독방에서 혼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밀 수용 문제로 역대 대통령들이 구금됐던 3평대 구치소 방보다 좁은 독방에 배정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는 의료동을 제외한 일반 사동에 에어컨이 따로 갖춰져 있지 않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전력 문제로 추가 냉방시설 설치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독방에는 침구류와 TV, 접이식 밥상, 싱크대, 변기 등이 있고 벽면에는 선풍기가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풍기는 24시간 가동이 가능하지만, 화재 위험 등으로 50분 작동 뒤 10분 동안 중지된다. 구치소 쪽은 운동과 목욕은 다른 수용자와 동선과 시간을 달리해서 허용하기로 했다. 침대는 없으며 바닥에 이불 등을 깔고 수면하는 형태다.

윤 대통령은 내란 특검팀의 소환과 재판을 계속 거부하다 이날 열리는 구속적부심사에는 직접 출석한다. 앞서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서울구치소의 구인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서 두 차례에 걸친 강제구인 시도도 불발됐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심각하게 악화된 건강 상태를 재판부에 직접 호소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약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내며 기력 저하로 인해 식사와 운동이 모두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당뇨약을 복용함에도 혈당 수치가 230~240대를 유지하고 있다. 70~80미터를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신체 전반에 심각한 이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건강 상태로는 기존 형사재판이나 특검 출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적부심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다시 불구속 상태로 수사·재판을 받는다.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조건 없이 석방하고, 구속 자체는 타당하지만 증거인멸 염려 등이 없을 때는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할 수도 있다. 청구가 기각될 경우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 체포나 구속의 적부심사에 관한 법원 결정에 대해선 기각·석방을 불문하고 항고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한 석방 결정에 대해선 항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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