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각에선 “역겹다” 반응도 나와
프랑스 북부 도시 루베에 미국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패러디한 대형 벽화가 등장해 미국 일각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출신의 시각예술가 주디스 드 리우(30)는 루베에서 열리는 도시 거리 문화 축제에 맞춰 커다란 건물의 외벽을 뒤덮은 벽화를 선보였다. 자유의 여신이 양손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드 리우는 “대규모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는 도시 루베에서 ‘자유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일깨우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민자 검거 및 추방을 비판한 것이다.
드 리우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그녀(자유의 여신)가 눈을 뜨고 지켜보기엔 세상이 너무도 험악해져서 부득이 눈을 가린 그림을 그렸다”며 “한때 빛나는 자유의 상징이었던 것이 이제는 상실의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고 적었다. 벽화 사진이 첨부된 이 SNS 게시물은 유럽과 미국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자 미국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테네시주(州)가 지역구인 팀 버쳇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은 SNS 글에서 “내겐 프랑스에서 전사한 삼촌이 있다”며 드 리우의 작품을 겨냥해 “나를 역겹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대규모 군대를 유럽에 파병해 독일과 맞서 싸운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특히 2차대전 당시에는 나치 독일에 점령 당한 프랑스를 해방시키며 미군이 큰 희생을 치렀다.

드 리우는 미국인들에게 사과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움을 받는 것이 불쾌하지도, 그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다”며 “이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자유의 여신상은 19세기 후반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맞아 선물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프랑스·미국 간 우정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선 양국 간 갈등의 소재로 동원되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 출신의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 등을 비판하며 “자유의 여신상을 프랑스에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프랑스인들이 지금 독일어를 쓰고 있지 않은 것은 미국 덕분”이라고 반박했다. 2차대전 초반 나치 독일에 굴복한 프랑스가 미국의 도움에 힘입어 국권을 되찾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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