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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라졌어요” 지하실서 숨진 채 발견…전국 덮친 ‘괴물 폭우’

입력 : 2025-07-17 18:09:40 수정 : 2025-07-17 18:10:09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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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에 사상자 잇따라 발생…곳곳 주민 대피
李대통령 “과잉이 소극대응보다 나아”…폭우 점검 지시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충남·대전 등 지역에 피해가 집중돼 사상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광주지역에 시간당 86㎜ 폭우가 쏟아진 17일 오후 광주 북구청 앞 교차로에서 한 운전자가 차량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4분쯤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인 40대 남성 A씨가 사고 3시간 만인 오후 10시쯤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충남 서산과 당진에서는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면서 3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3시59분쯤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6시15분쯤 정차돼 있던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60대 남성 B씨를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호우특보가 내려진 17일 충남 당진시 행정동에서 경기도특수대응단이 역천 범람으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당진=뉴스1

 

수색을 이어간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25분쯤 B씨를 발견한 지점 인근에서 80대 남성 C씨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C씨 차량이 인근에 정차된 점을 토대로 그가 차량을 몰다가 밖으로 나와 폭우에 휩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진에서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당진시장 부근의 침수된 주택에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던 중 지하실에서 숨져 있는 80대 남성 D씨를 발견했다.

17일 오전 충남 서산에 많게는 400㎜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음암면 유계리를 지나는 도당천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겼던 한 주택 거실이 난장판으로 변해 있다. 서산=연합뉴스

 

산사태와 정전 사고도 잇따랐다. 충남 청양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공주시 정안면에서도 배수로 정비 작업을 하던 주민 등 3명이 폭우에 쓸려 내려온 토사에 신체 일부가 매몰돼 중경상을 입었다. 광주에서는 이날 오전 10시50분쯤 광주공고에서 낙뢰로 인해 정전이 발생해 1시간 만에 복구됐다. 하지만 수업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하천 범람 위기에 많은 주민이 집을 떠나 대피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3개 시·도, 5개 시·군에서 313가구 주민 1070명이 일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17일 산사태가 발생한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운로가 토사로 뒤덮여 있다. 예산=연합뉴스

 

집중호우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루 동안에도 충청 50~150㎜(대전·세종·충남 최대 180㎜ 이상), 수도권 50~120㎜(경기남부 최대 180㎜ 이상), 전북 30~100㎜(서부 최대 150㎜ 이상), 광주·전남 20~80㎜의 추가 강수량이 예상된다. 18~19일 이틀 동안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 100~200㎜(남해안·지리산 부근 최대 300㎜ 이상), 충청 50~150㎜ , 전북·제주 50~10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자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4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3단계로 격상하고 호우 위기경보 수준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최근 중대본 3단계가 발령된 사례는 2022년 태풍 1회와 호우 1회, 2023년 태풍 1회, 호우 1회다. 

 

소방청은 현재 폭우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상황대책반을 긴급 가동하고, 피해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호우가 집중된 충청권의 충북·충남소방본부는 119종합상황실 신고 접수대를 30대 증설해 전국 폭우 피해 상황을 집중 대응 중이다. 소방청은 주말까지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폭우 대비 총력 대응과 함께 비상근무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8일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시민 간담회도 전국적인 폭우 피해로 인해 취소됐다. 이 대통령은 이번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유형별로 점검해 관리 미흡으로 인한 인재가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수석 보좌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하며 “(대통령은) 과잉 대응이 소극 대응보다 낫다며 관계 부처와 지방 정부는 사고 우려 지역을 재점검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호우 상황에서 인명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안전 점검과 긴급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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