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지겨운 것이 남의 군대 무용담인 건 알지만,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보좌진 갑질 의혹을 지켜보면서 불가항력적으로 그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일과가 한창인 시간, 혼자 부대 밖으로 나가 한 장교의 자택을 찾아간 적이 두어 번 있다. 자기 컴퓨터가 고장 났으니 고쳐달라는 명령에 가까운 부탁이었다. 자신의 밑에서 근무하는 행정병이라는 이유만으로 간택당한 것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쳐보려 용을 썼던 기억이 난다. 겨우 컴맹을 벗어난 수준에 수리가 가능할 리 만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이러려고 입대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했다. 신성한 병역 의무라고 믿었는데 사실은 군 간부의 심부름을 위해서였다니. 부대로 혼자 돌아오는 길, 입맛이 씁쓸했다.
최근 강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폭로에 따르면 전직 보좌진들이 쓰레기를 대신 버리거나 화장실 비데를 고치던 때의 감정도 비슷했지 싶다. 아마도 그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도우려 보좌진의 길을 택했을 것이다. 분리수거나 비데 수리가 자신의 업무가 될 줄 상상하진 못했을 거다.
여의도 정가에선 국회 의원회관을 ‘300개의 중소기업’에 비유하곤 한다. 1명의 국회의원이 각각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릴 수 있는 데다, 의원실마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제각기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유가 완전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보좌진 한명 한명의 급여의 출처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세금이다. 법적으로도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별정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보좌진의 고용주는 개별 의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의원들의 고용주도 우리다.
연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강 후보자의 거취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혹여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앞으로 쓰레기는 제 손으로 직접 버리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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