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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양대 문학상 ‘수상작 없음’… 불황 서점가 ‘울상’

입력 : 2025-07-17 20:00:00 수정 : 2025-07-17 18:54:49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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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 배출 불발
동시에 작품 미선정은 27년여만
호재 기대했던 서점가 “큰 타격”
문학계 일각선 “권위 지킨 결정”

일본문학진흥회가 주최한 제173회 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 심사회에서 수상작 배출이 모두 불발됐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선정하는 이들 문학상 수상작이 동시에 나오지 않은 것은 역대 6번째이자 1998년 1월 제118회 이후 27년 6개월 만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두 문학상 수상작 홍보를 통해 침체된 출판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으려던 서점가에 타격이 예상된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73회 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 심사회에서 수상작 전시를 위해 설치된 책상에 ‘해당작 없음’이라는 공지가 걸려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캡처

17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도쿄에서 열린 심사회에서는 먼저 신인 작가 등용문으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의 ‘해당작 없음’이 결정됐다. 2011년 7월 제145회 이후 14년 만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는 이번에 후보로 오른 4편에 대해 “두 차례 투표를 했지만 과반 득표작이 없었다”며 “각각 새로운 시도나 시점은 있었지만 조금 더 분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오키상에는 아오사카 도마의 ‘브레이크샷의 궤적’ 등 6편이 후보로 올랐지만 역시 수상작을 가려내지 못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은 것은 2007년 1월 제136회 이후 18년 만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소설가 교고쿠 나쓰히코는 “길어야 3시간이면 끝나는 심사회가 4시간이나 걸릴 만큼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며 “(후보작들의) 수준이 비슷해 심사위원들 평가가 엇갈렸다. 특별히 두드러진 한 작품을 선택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두 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통한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류 등이 아쿠타가와상 출신이고 시바 료타로, 미야베 미유키, 오쿠다 히데오 등은 나오키상을 받았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상을 판촉 수단으로 삼지 않고 권위를 지킨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서점가는 비명을 질렀다. 미라이야 서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 매상이 사라진 것은 대타격”이라며 “일단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책 좀 사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마루젠마루노우치 서점도 “직원들이 울고 있다. 손님들도 놀라셨다”고 했다.

일본은 출판대국으로 불리지만 최근 종이서적 매출이 감소하며 서점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는 지난해 종이 책·잡지 매출을 전년 대비 5.2% 감소한 1조56억엔(약 9조4186억원)으로 추산했다. 10년 전 1조6064억엔(15조372억원)에 비해 37.4% 쪼그라들었다. 2003년 2만880곳이던 서점은 2023년 1만918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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