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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사 착취인가, 상생인가… ‘착한 가격 편집숍’ 두 얼굴 [S스토리-다이소·올리브영 문어발식 확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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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9 16:00:00 수정 : 2025-07-19 19:50:22
글·사진=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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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판매 갈등
약국보다 파격가에 일부 품절사태
“성분·함량 격차 큰데 소비자 오해”
약사들, 제약사에 납품 중단 요구
다이소, 되레 납품업체 대폭 늘려

우월적 지위로 수수료 폭리?
‘사실상 독점’ 1차 협력업체 거쳐
납품업체 “판매가격 절반 떼간다”
할인행사 땐 적자 감수하고 납품
“타사와 거래 말라” 갑질 논란도

다이소·올리브영 “우린 상생”
“우수 중기제품 발굴해 판로 제공”
일각 “제약사 대부분 대기업” 반박
“박리다매 낮은 마진 불가피하나
납품업체들 생존도 보장해줘야”

공룡 편집숍인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4개월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다이소가 건기식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대한약사회 등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다이소 건기식 판매는 중단되는 듯했다. 하지만 건기식 일부가 품절될 정도로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이에 다이소는 오히려 건기식 판매를 늘리고 있다. 급기야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을 시작으로 동국제약, 안국약품,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보령약품, LG생활건강까지 다이소 건기식에 합류했다.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는 단순히 ‘편집숍 물품 추가 판매’로만 취급할 사안이 아니다. 가성비 위주로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했던 편집숍이 유통계 공룡이 되면서 기존 영역을 넘어 모든 것을 유통하려는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통 공룡이 된 뒤 이들은 ‘판매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제조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 측면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집이나 일터 가까운 곳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다. 제조업체로서도 수수료 부담은 크지만 판로 확장 측면에서 이들이 필요하다.

 

◆아파트까지 팔 기세… 온갖 것 다 파는 다이소·올리브영

 

“이러다가 아파트 청약도, 신차 구매도 다이소에서 하겠네.”

 

다이소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기모 후드 티셔츠와 긴팔 티셔츠를, 날이 풀린 봄에는 캠핑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기획전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해당 제품들은 통상 1만원 이상이지만, ‘가성비’를 강조하는 다이소에 맞게 1000∼5000원의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다이소가 이처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면서 인터넷상에선 ‘아파트나 자동차까지 판매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성산업이 1997년 서울 천호동에 ‘아스코 이븐프라자’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다이소는 2001년 일본 다이소가 아성산업에 투자해 지분 34.21%를 취득하며 브랜드명을 ‘다이소’로 변경했다. 2023년 아성HMP가 일본 다이소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한·일 합작회사에서 한국 기업으로 바뀌었다. 

 

다이소는 저렴한 가격(일본에서는 100엔, 한국에서는 1000원 중심)과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다이소는 과거 동네에 존재했던 ‘만물상’과 비슷하다. 다만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젊은세대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이소와 함께 공룡 편집숍으로 불리는 올리브영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했다. 올리브영은 1999년 서울 신사점을 열고 한국형 드럭스토어 사업을 시작했다. 올리브영은 중소·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해 저렴한 가격군을 형성했다. 또한 2019년부터 국제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올리브영 글로벌 몰을 운영해 전 세계 150개국에서 직접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상품 기획자(MD)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MD가 매달 인기제품과 신제품을 선택해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매월 특정 기간 동안 할인 행사와 샘플 제공 등을 통해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뷰티 편집숍과의 차별점이 됐다.

 

이렇게 뷰티 편집숍으로 인지를 다진 올리브영은 현재 건강식품, 건강용품, 위생용품, 가전, 의상, 디지털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건기식은 올리브영이 먼저 판매했다. 그런 가운데 다이소까지 건기식을 판매한다고 하자 대한약사회 등에서 반대한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에 이어 다이소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뷰티 제품 위주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올리브영은 여성 소비자층이 많은 반면, 다이소는 생활밀착형 제품을 판매해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만큼 다이소 건기식 판매를 업계에서 더욱 큰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이소에서 3000원 또는 5000원으로 건기식을 판매하자 온라인상에서 어떤 제품이 더 저렴하고 기능이 좋은지 분석하는 글이 넘쳐났다. 더욱이 다이소에서 파는 것은 한 달 분량 소포장이라는 점에서 다량의 건기식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다이소 건기식’이 더 좋다고 맹신하는 움직임이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약사 프리미엄 건기식과 다이소 가성비 건기식은 성분·함량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가게’ 다이소라는 이미지 덕분에 다이소 건기식을 약국 건기식보다 더 좋게 취급하는 소비자가 일부 있다.

 

더욱이 다이소 건기식 중 일부 제품은 성분이나 제조 방법 등이 불분명하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는 “다이소 건기식이 무조건 가성비가 좋은 건 아니다”라며 “다이소 건기식 성분이나 함량 등이 약국 건기식과 비교해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제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비교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올리브영 측은 “올리브영은 사업 초기부터 뷰티를 중심으로 연계성이 높은 이너뷰티 등 상품군을 육성해왔기 때문에 최근 들어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수수료·갑질 등 문제 만들어도 막을 수 없어

 

다이소와 올리브영이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품목을 늘리는 것은 소비자 지지를 얻어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소나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나 건강용품 등의 가격은 높지 않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운 다이소는 가격이 1000∼5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 가격에 그런 상품’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매우 저렴하지만 품질은 나쁘지 않다. 소비자에겐 저렴한데도 뛰어난 품질의 제품이지만, 제조업체로서는 제조 원가를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다이소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이유는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이소 최고 가격이 5000원이어서 그 가격에 맞춰 제품을 만들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며 “박리다매(많이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방법)와 인지도 확보를 위해 억지로 다이소를 통해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통시장 등에 간간이 존재했던 생활밀착형 편집숍은 다이소 말고 다 사라졌다”며 “화장품 등도 과거 소규모 편집숍에서 많이 팔렸지만, 온라인 주문 등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올리브영을 제외하고는 판매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막대한 수수료도 문제다. 현재 다이소와 올리브영 등은 우월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납품업체에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해도 막을 방도가 없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와 올리브영 등의 수수료는 판매가의 50%가량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이소가 납품업체에게 직접 받는 수수료는 이보다 적으며, 올리브영은 일부는 직매입하고 일부는 1차 벤더(협력업체)를 통해 상품을 납품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선 1차 벤더를 통해야 하고, 이 과정을 거치면 수수료는 판매가의 50%까지 올라간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다이소와 올리브영을 통해 물건을 팔면 50% 정도를 수수료로 줘야 한다”며 “원자재, 인건비, 유통비 등을 제외하면 물건을 팔아도 적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기획전을 하거나 할인 행사를 하면 사실상 적자를 예상하고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며 “다이소나 올리브영을 통하지 않으면 홍보할 수도 없고, 이들이 아니면 판매할 곳도 부족해 억지로 이들을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측은 “올리브영은 화장품 유통 시장 점유율이 20% 미만이며, 직매입 구조이기 때문에 수수료 수취 개념으로 거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들은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올리브영은 납품업체들에게 경쟁 플랫폼(무신사·쿠팡)과의 거래를 막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무신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검토하면서 이같이 밝힌 것이다. 올리브영이 판촉 행사 기간 동안 할인가로 납품받은 제품을 행사가 끝난 뒤에 정상가로 판매하면서 차액을 돌려주지 않은 적도 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전문가 “중소기업과 상생 필요해”

 

다이소와 올리브영 등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판매를 도와 수익을 창출하는 등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건기식 판매는 업계에서 다르게 보고 있다. 건기식을 납품하는 대웅제약 등은 중소기업이 아니다. 또한 기존에 판매하던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과 그로 인한 기존 상권 붕괴도 우려 대상이다. 한 약사는 “건기식은 온라인 유통이 70%이며, 약국에선 4∼5%밖에 안 된다”며 “그럼에도 약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다이소에서만 ‘고품질의 저렴한 건기식’이 판매된다고 인식됨에 따라 약사들이 비싸게 건기식을 팔았다고 욕을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다양한 판매처를 통해 이미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는 제약회사가 다이소 등에 물건을 파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다이소에 판매하는 제품을 약국에 공급해도 되는데 굳이 다이소를 선택한 것은 기존 상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기존 상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상품을 내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선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이소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와 상생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다이소가 만든 저가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납품업체들의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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