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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盧의 북방정책과 李의 실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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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7 22:40:32 수정 : 2025-07-17 22: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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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체제보다 국익우선 북방정책
‘실용외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지정학적 파고 넘을 틈새전략으로
정교한 新북방정책의 길 찾아야

‘북방정책’. 이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희미한 기억 속의 단어가 되었다. 북방정책은 6공화국 출범과 함께 등장한 노태우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평화 통일의 기반 조성을 염두에 두고 당시 유라시아 대륙 공산 국가들과의 수교를 통해 외교 및 경제적 활동 공간의 확대를 추구했던 정책이다. 지난 7일은 노태우정부의 최대 업적이라는 북방정책의 실천적 지침을 담은 ‘7·7 선언’이 37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발표된 7·7 선언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큰 획을 그은 북방정책의 공식적인 출발을 알린 신호탄인 셈이다.

북방정책이 추진될 당시 미·소 간 협력 분위기 속에서 정치·이념적 대결이 완화됨에 따라 냉전 체제에 균열이 나타났다. 당시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은 국제정치의 그러한 미묘한 변화를 활용한 ‘틈새외교(niche diplomacy)’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렇게 볼 때 북방정책은 이념과 체제에 매몰되지 않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대한민국 ‘실용외교’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출범 한 달 남짓 지난 이재명정부는 실용외교를 지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익 중심의 외교를 강조하고 실용외교의 필요성을 천명한 것은 다행스럽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구호와 약속에 그치지 않고 균형 감각을 유지한 채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이전 정부들의 행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노무현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창했으나 이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주변의 지정학적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고 비판받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각각 자원외교와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했으나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는 ‘신북방정책’을 들고나와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포괄적 협력을 추진했으나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도구적 접근이라는 비판 속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치외교’를 강조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에 치중한 윤석열정부는 실용외교와 거리가 있었다.

이처럼 전임 정부들의 외교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각 정부가 내세운 외교정책이 지정학적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거나 남북 교류·협력 증진 등 특정 목적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정부의 실용외교는 성공할 수 있을까. 갓 출범한 신정부의 외교정책 전망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몇 가지 사항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론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이 원칙 없는 임기응변적 외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국정과 마찬가지로 외교 또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핵심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러한 각도에서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정의, 인권 그리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칙에 기반을 둔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되 등거리 외교는 오히려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의 표류를 막는 견고한 닻이다.

험난한 지정학적 파고 속에서 외교적 공간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실용외교의 숙명이다. 북방정책 시기의 틈새외교는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를테면 신정부가 공약한 러시아와의 북극항로 협력을 위해 글로벌 지정학 변화에 맞춰 정교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여느 국정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도 성과가 중요하다. 요란한 구호와 화려한 청사진으로 시작해 용두사미로 끝난 지난 정부들의 실패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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