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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산단 지하수 발암물질 2년간 ‘쉬쉬’

입력 : 2025-07-17 18:45:48 수정 : 2025-07-17 18:45:47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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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公 ‘토양오염조사’ 용역

하남산단 TCE 기준 466배 검출
본촌산단 14곳서도 기준치 초과
광산·북구 등 결과 알고도 방치
박병규 구청장 “늑장 대응 사과”
市, TF 구성… 수질검사 등 촉구

광주시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광산구 하남산업단지와 북구 본촌산단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수백배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지방자치단체는 2년 전 용역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 하남산단 조사지역의 TCE, PCE 오염분포도. 파란색에서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갈수록 오염 농도가 짙다. 용역보고서 캡처

17일 박수기 광주시의원과 광주 북구·광산구 등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2020∼2023년 하남산단 171개 지점에서 지하수 관측장비를 설치해 시료 657개를 분석한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 결과보고서’를 내놨다.

용역조사에서는 신장암과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하남산업단지 지하수에서 각각 기준치의 최대 466배, 284배 초과 검출됐다. TCE는 금속 세정제 등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유기염소계 화합물이다. PCE는 세탁 용제, 정유제조 촉매제, 기타 금속 세정용 화합물이다.

광산구 본촌산단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실시한 본촌산단 지하수·토양 오염 실태조사에서 총 43개 지점 중 14곳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TCE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옛 로케트건전지 부지와 호남샤니 부지에서는 각각 기준치의 9배, 11배에 달하는 고농도 TCE가 검출됐다.

문제는 용역보고서에서는 양수처리 공법을 통한 지하수 정화와 오염 차단 방안이 제시됐지만 지자체가 필요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정화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북구는 2021년 9월 보조관측망 1대를 추가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 관측망은 수위, 수온, 오후 전기전도도만 측정 가능하다.

지자체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역민들은 2년 넘게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생활해 온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가 즉각적인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하남산단·수완지구 지하수 오염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광주시와 광산구의 지하수 발암물질 오염 방치는 직무유기다. 시민의 생명을 방치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이날 박병규 광산구청장 명의 사과문을 내고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 사실을 알리는 데에도 소홀했다. 하남산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인근에 사시는 시민 여러분께 걱정을 안겨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북구는 올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실시하는 토양·지하수 환경조사에 본촌산단이 포함돼 있다며 연말 발표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도 하남·본촌산단 지하수에서 유해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과 관련, 오염조사 및 전문가 합동 전담팀(TF) 구성 등 중·단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하수법 제16조에 따른 자치구 고유사무인 생활·농업·공업용 등 지하수에 대해 수질검사, 실태조사, 오염조사 및 오염방지명령과 정화사업 등의 행정조치를 자치구가 이행하도록 촉구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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