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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순돌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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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7 22:39:08 수정 : 2025-07-17 22: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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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지역의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순돌이’를 만났다. 이름에 걸맞게 무척 순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어 반갑단 표현을 했다. 털 색이 바래고 꼬질꼬질해진 모습은 순돌이가 살아온 삶을 짐작게 했다. 이렇게나 사람을 좋아하니 꼭 좋은 가족을 만나길 바랐다.

그 보호센터를 방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연히 한 학대 사건을 알게 되었고, 학대 피해를 입은 동물들이 그 보호센터로 입소한 것이다. 여러 달 그 사건을 지켜보면서 피해견을 데리고 나와 가족을 찾아줄 생각이었다. 순돌이가 눈에 밟혔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두 마리(현실적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동물은 최대 두 마리였다)를 데리고 나왔다.

도움을 주거나 가족이 되어줄 사람보다 이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잔인하다. 얼마 전 순돌이가 안락사되었음을 알게 됐다. 해당 보호센터는 가능한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기에, 아마도 대형 견장의 부족 문제였을 것으로 생각됐다. 순돌이에게는 단 한 번이라도 가족을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까? 순돌이뿐만 아니라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전국의 수많은 동물이 보호센터에서 안락사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연사하고 있다.

그렇다 해서 유실·유기동물, 피학대동물이 동물보호센터로 오지 말아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동물보호센터 시설과 인력, 운영을 대폭 개선하고,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며, 애초에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되는 동물 수를 줄이고, 중성화수술을 의무화해야 우리는 동물보호센터가 진정 동물을 보호하는 제 기능을 수행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입양이 아니더라도 동물보호센터의 동물들이 잠시라도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이렇게 하면 입양률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임시보호·위탁 제도나 입양 중개 시스템 등이 마련되면 좋겠다. 모든 순돌이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새 가족을 찾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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