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창단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플로리다 말린스는 마이애미에 적을 둔 팀이었다. 불과 5년 만인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적을 연출했다. 창단 5년 차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팀은 말린스가 유일하다. 말린스는 2003년 시즌 다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고 2012년 팀이름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바꿨다. 같은 해 창단했던 콜로라도 로키스가 지금까지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한 차례 한 것과 비교된다.
최희섭(2004년)과 김병현(2007년)이 활약했기에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말린스는 구단 운영에서 주목할 점이 많다.
말린스는 1997년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팀의 주력 선수를 대거 트레이드했다. 미국 언론이 ‘파이어 세일’이라 부르는 선수단 정비였다. 그렇게 재정을 확충한 말린스는 그때 받아들인 신인 선수들을 성장시켜 2003년 시즌에 우승을 했던 것이다. 말린스는 이후 또 한 번 주력 선수들을 내보내는 ‘파이어 세일’을 했다. 그러나 2차 세일 이후에는 팀 성적이 별로지만 말린스는 전 세계 프로리그에서 구단 운영에 한 획을 그은 팀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전반기 휴식기인 지난 14일 고형욱 단장과 홍원기 감독 그리고 수석코치까지 동반 경질했다. 구단은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며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부터는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대행을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2021년 키움을 맡은 홍 전 감독은 2021 시즌 5위, 2022년 시즌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성과를 냈다. 그리고 3년 총액 14억원에 재계약을 맺어 2025시즌까지 계약했다.
히어로즈는 최근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꼴찌다. 부진의 원인은 좋은 선수를 내다 팔고 선수를 보강하지 않은 구단 경영에 있다. 키움은 그동안 팀의 간판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에이스들을 메이저리그로 보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거액의 보상금으로 흑자를 내면서도 선수단 보강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키움은 이정후를 미국으로 보내면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부터 약 250억원, 김혜성을 보내고는 약 37억원(최대 58억원)을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타자 2명, 투수 1명으로 출발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다. 전반기 성적은 91경기에서 27승3무61패로 승률 0.307이다. 3할 승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제 공은 KBO로 넘어갔다. 히어로즈가 선수팔이를 더는 하지 못하도록 규제 카드를 꺼낼 시간이 온 것이다. 결과가 뻔한 승부를 돈 내고 지켜볼 팬은 없다.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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