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구속된 교사와 학부모 간 대질 조사를 통해 범행 경위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경북 안동경찰서는 17일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전직 기간제 교사 A(30대·구속)씨와 학부모 B(40대·구속)씨를 대질신문한 결과 대가성 등 일부 혐의 사실에서 양쪽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학교 행정실장 C(30대·구속)씨는 경찰에 “지난해부터 이들의 범행 사실을 인지했다”고 자백했다. C씨는 행정실 안에 있는 인쇄실 열쇠와 교무실 비밀번호를 이들에게 유출하고 이들의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지난해부터 학교 사설 경비 시스템으로 최소 7차례 이상 무단으로 해제한 것을 확인했고 횟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기한에 맞춰 기간제 교사는 이르면 오는 18일, 학부모와 행정실장은 내주 초 송치할 예정”이라며 “학부모와 교사는 중학교 시절 불법 과외 혐의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4일 오전 1시20분쯤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가 고등학교 행정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려다가 교내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적발됐다. 학교 교감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이튿날 오전 경찰에 건조물 침입 혐의로 이들을 신고했다. 행정실장은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다.

B씨의 딸인 고등학생 D(18·불구속 입건)양은 전교 1등을 차지하는 등 그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간제 교사는 D양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담임교사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 학교에 재직했다.
학교 측은 지난 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D양에 대해 퇴학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치른 시험 성적도 모두 0점 처리하기로 했다. 또 기존 교직원의 지문 인식으로 가능했던 학교 건물 출입은 당분간 카드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북교육청은 이날 오전 학생 평가 보안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오는 23일까지 감사관과 중등교육과가 학교 현장을 찾아 특별 감사 및 재발 방지 보완 작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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