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교권’에 대한 이슈를 던졌던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2년 지났지만, 교사 10명 중 8명은 여전히 교권 보호 정책이 미흡해 현장 변화가 없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맞아 전국 유·초·중·고 교원·전문직 4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교육활동 보호에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9.3%에 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이초 사건은 2023년 7월18일 서울 서이초에서 2년 차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고인이 평소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등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교육 당국이 각종 교권보호 정책을 내놓는 계기기 됐다.
교원들은 긍정적 변화가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학교안전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미흡(61.7%)’을 꼽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고소에 대한 불안감 여전(45.1%)’이 뒤를 이었다. 제도는 개선됐지만 학생·학부모의 인식과 실천 변화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응답 교원의 약 절반(48.3%)은 올해 상반기에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신고까지 이어진 경우는 4.3%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신고를 하면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 발생이 우려돼서’(70.0%)가 가장 많았고, ‘신고해도 지역교권보호위 처분 효과가 기대 안 돼서’(51.4%), ‘ 하루에도 몇 번씩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신고할 수도 없어서’(50.2%)가 뒤를 이었다.
교총은 “제도 개선의 효과성이 부족하고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권 침해 신고를 하면 이를 빌미 삼은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 등 보복의 두려움, 시스템에 대한 불신, 교권 침해의 일상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각종 제도도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분리할 법적 권한이 생겼지만, 실제 분리 조치를 해 본 교원은 24.4%에 불과했다. ‘분리를 원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42.6%였다. 이들은 대부분 학생·학부모의 반발 및 민원(아동학대 신고 등)이 우려(67.7%)돼 분리를 실행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분리 조치를 위한 공간·인력·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32.7%였다.
교원 대부분(87.9%)은 현행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이 악성 민원을 걸러내고 교원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교원들이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민원 대응 시스템은 ‘교육청 단위의 통합 민원대응팀 및 법률지원 강화(27.5%)’, ‘민원 대응을 전담하는 별도 전문 인력(팀) 학교 배치(22.5%)’였다. 개별 학교가 아닌 상급 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총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무너지는 교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이자, 교권 추락의 참담한 성적표”라고 밝혔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서이초 교사의 비극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교실은 더 위험해졌고 선생님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교단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 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아동학대처벌법·학교안전법 등 교권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과 현장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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