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기간제 교사가 빼돌린 시험지를 보고 기말시험을 치른 고등학생이 경찰 수사를 받는다.
경북 안동경찰서는 16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등학생 A(18)양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이달초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른 기말고사 때 과거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전직 기간제 교사와 어머니가 학교에서 빼돌린 시험지를 보고 미리 문제와 답을 안 상태에서 시험을 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A양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4시간가량 조사했다.
A양은 전교 1등을 차지하는 등 그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지난 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A양에 대해 퇴학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치른 시험 성적도 모두 0점 처리하기로 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4일 오전 1시20분쯤 A양 어머니 B(40대·구속)씨와 전직 기간제 교사 C(30대·구속)씨가 고등학교 행정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려다가 교내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적발됐다. 학교 교감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이튿날 오전 경찰에 건조물 침입 혐의로 이들을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이번뿐만 아니라 앞서 학교에 여러 차례 침입한 흔적을 확인했다. 또 공범인 행정실장 D(30대·구속)씨가 기간제 교사인 C씨의 요청을 받고 지난달 6월28일부터 CCTV 영상을 삭제했고, C씨 지문이 학교 보안시스템에 등록되도록 한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D씨를 야간주거침입절도 방조 등 혐의 외에도 증거인멸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기간제 교사 C씨와 어머니 B씨에 대해서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에 더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기간제 교사는 A양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담임교사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 학교에 재직했다. 경찰은 A양 어머니가 기간제 교사에게 뇌물을 주고 그와 증거인멸을 모의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기간제 교사가 현재 재직 중인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관련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를 확대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교육부에서 감사한다고 하는데 해당 고등학교에도 사설 경비 시스템 기록이 있어서 관련 범행이 있다면 쉽게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동의 경우 교감이 CCTV 영상을 조회하며 이들의 범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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