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이 집값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윗선’이 통계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청와대 측이 통계 수치를 수정하라는 명시적 지시는 없었다는 한국부동산원 직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16일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통계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국부동산원 소속 A씨는 “2018년 7월 청와대 서기관이 주택가격 변동률 수정을 꼼꼼하게 봐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통상 월요일에 (청와대 측에) 자료를 보내주면 청와대 측에서 연락하는데 자료를 보내기 전에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청와대 측의 직접 지시는 없었지만 청와대 서기관의 ‘꼼꼼하게 봐달라’는 말이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라는 간접적 요구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8년 7월6일 김수현 전 실장이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에게 지시해 부동산 표본을 낮춰 재입력해 변동률을 0.09에서 0.08로 햐향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측 변호인은 전국주택가격통향조사, 부동산원의 주택매매가격지수 변동률 통계표 등의 증거를 제시하며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변호인은 “2018년 7월5일자 부동산원의 변동률 통계표를 보면 5일은 0.07이고 차기주간 예측치는 0.09이다”면서 “검찰은 예상보다 낮은 0.08이 나와서 조작·변동 됐다는건데, 검찰이 하향수정돼있다고 주장하는 2주차 표본가격을 보면 2018년 7월2주차는 0.07로 표본가격보다 0.01%p 가격보다높다. 오히려 전주보다 낮아졌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A씨는 청와대 측의 연락이 변동률 하향에 간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당시를 기억해보면 0.09보다 0.10인가 나왔는데 금요일에 청와대 측에서 연락이 왔고 결국 전주보다 변동률이 낮아져 최종적으로 0.08이 됐다”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 저 때가 시장 변동률이 상승하는 시기였다. 전주 변동률보다 높게 나와야하는데 전주 변동률 상승폭이 낮아졌다. 이는 청와대 연락의 영향으로 그렇게 됐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청와대 서기관의 연락이 지사 (현장)조사원들의 조사한 통계 수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냐”며 ‘맥락상 간접적 요구로 느꼈다’는 부분이 인과관계상 성립하기 어렵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명시적인 건 없으나 그렇게 맥락적으로 느꼈다는 거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에 담긴 ‘변동률 조작’ 부분을 ‘변동률 수정’으로 정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통계를 조작했다’는 내용으로 기소한 게 절대 아니다”라며 “통계종사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으로 기소했다. 부동산원 예산이나 조직을 다 축소시키겠다는 영향력을 행사해서 수치를 변경하게끔 한 부분에 대해 기소한 것으로 ‘조작’ 부분을 ‘수정’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은 재판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원 주간 통계 작성 특성상 이뤄지는 구체적인 매뉴얼과 실무자들의 관행, 그 사이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을 감사원과 검찰이 모두 상부의 지시에 따른 조작이라고 몰아가고 있다”며 “소극 행정의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감사원과 검찰의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공직자들이 적극 행정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조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 문제로 많은 국민들께 불편함을 드리고 그것이 윤석열 정부 출범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라는 점에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통계 자료를 조작했다라고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부동산원 관계자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 강도 높은 감사원 조사에 부동산원 직원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이 제시됐다.
대전지검은 지난해 3월14일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11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등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관계자 7명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주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125차례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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