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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낭비’ 용인경전철 두 번째 大法 판단, 주민 승소…다른 지자체 영향은? [밀착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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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6 16:48:07 수정 : 2025-07-16 19:32:18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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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 관련 첫 주민소송…12년 만에 대부분 인용
檢, ‘구조적 토착 비리’ 판단…2012년 6개월간 수사
2013년 10월 주민소송(손배소)…“前 시장 등 책임”
주민소송단 “수요예측 실패 따른 부담…역사적 판결”
김해·부산, 의정부 등 다른 ‘적자’ 경전철도 소송 긴장

2013년 4월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개통식이 열린 시청 앞은 축포를 쏘아 올린 특설무대와 맞은편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김학규 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행사장에는 “동서 균형발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축하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반면 용인 주민소송단의 집회에선 “안전장치도, 예산대책도 없는 졸속 개통을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인경전철 명지대역. 용인시 제공

◆ 市 재정 위협 ‘화약고’…개통 당시부터 논란

 

경전철이 시 재정을 위협할 ‘화약고’라며 전직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16일 대법원 판단은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은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언급한 하급심 판단을 확정했고, 수요예측 용역을 맡았던 교통연구원의 책임도 확인했다. 다만, 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선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용인경전철 소송은 2013년 4월 개통 이후 12년 만에, 2017년 대법원 첫 상고 이후 8년 만에 결론이 났다. 2005년 주민소송 제도 도입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다.

 

앞서 주민소송단은 2013년 10월 이정문 전 용인시장을 포함한 전직 시장 3명과 전·현직 공무원, 시의원, 수요예측을 담당한 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을 상대로 1조23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주민소송)을 낸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공사업체의 청탁 명목으로 억대 뒷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아 이달 2일 구속기소 된 상태다.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용인시 제공

1·2심에선 정책보좌관 등의 소극적 책임만 인정하며 주민소송 청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2020년 7월,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사건 대다수를 주민소송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서울고법은 현직 용인시장이 이 전 시장과 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214억6000여만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과도한 수요예측과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 미비 등을 과실로 인정했다. 

 

이에 주민과 용인시는 쌍방이 재상고했고, 이날 대법이 전직 시장과 교통연구원의 책임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용인시는 법원이 명시한 이 전 시장과 교통연구원에 대한 배상 청구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전·현직 지자체장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는 주민소송 결과가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60일 이내에 이를 청구해야 한다.

 

주민소송단 대표인 안홍택 목사는 선고 뒤 “이번 소송은 대형 민간투자사업에서 주민 측이 승소 취지 판결을 이끌어낸 최초 사례”라며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썼던 혈세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주민 손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이 선심성 공약이나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발생한 혈세 낭비에 대해 더 이상 면책되지 않고, 법적 책임을 질 수있다는 강력하고도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연구기관에도 지자체 관련 연구용역 수행 시 단순히 기술적 오류를 넘어선 법적 과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2013년 4월 용인시청 앞에서 열린 개통식. 뉴시스

◆ 개통 前 ‘국제중재’ 속앓이…‘최소비용보전’은 독약

 

이번 손해배상과 별개로 2011년 10월 민모씨 등 시민들의 수사 의뢰로 반년간 진행된 검찰 수사는 이듬해 용인경전철 사업이 치적 쌓기에 혈안이 된 지자체장의 시정과 감시기능이 상실된 시의회, 수익 내기에 급급했던 건설사가 만들어낸 ‘구조적 토착 비리’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수원지검 특수부는 관련업체 42곳을 압수수색하고 285박스 분량의 자료를 정밀 분석해 관련자 658명을 소환했다. 이어 2012년 4월 이 전 시장이 처음 구속된 바 있다. 

 

검찰 수사 직전에는 용인경전철을 둘러싸고 용인시의 준공보고서 반려와 용인경전철㈜의 준공 확인 거부 취소 청구 가처분신청(2010년 12월), 용인경전철㈜의 시에 대한 사업해지 통보(2011년 1월), 국제중재 신청(2011년 2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날 대법 판단을 계기로 닮은꼴 경전철 사업을 진행했던 다른 지자체들은 주민소송 확산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같은 경기도의 의정부경전철(2012년 개통)과 부산·김해경전철(2019년 개통), 인천 월바다열차(2011년 개통)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사업 역시 잘못된 수요예측과 무리한 사업 추진이 후과를 불러왔다.

 

의정부시 15개 역을 운행하는 의정부경전철은 하루 8만명 가까이 이용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지금도 4만명 안팎의 시민만 이용하며 매년 200억원 안팎 적자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민간 운영사가 파산했으나 시는 여전히 ‘최소비용보전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한 해 800억원 넘는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부산·김해경전철도 예측치의 15%에 불과한 수요예측 실패로 두 지자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인천 월미바다열차 역시 2019년 10월 정식 개통 이후 매년 50억∼60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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