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인적 청산 승부수를 띄웠다. 윤 위원장이 어제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 넣고 있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송언석 대표(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선언한 것이다. 얼마 전 구체적인 인적 쇄신 대상이자 사과 대상으로 8가지 사건을 지목한 윤 위원장은 “인적 쇄신 1차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사자 반발과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윤석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쇄신은커녕 자중지란에 빠져 자멸로 가고 있다. 안철수 혁신위가 출범 닷새 만에 좌초한 뒤 다시 닻을 올린 윤희숙 혁신위도 표류 중이다. 윤희숙 혁신위는 최근 대통령 부부 전횡에 대한 책임 당헌·당규 명시, 최고위원 폐지 및 당 대표 중심 중앙당무위 체제 전환,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게 한 사람의 사과·반성 등을 제시했으나 친윤(친윤석열) 구주류 의원들은 저항하고 나섰다. 쇄신안이 실패하면 당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송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친윤 구주류 의원들은 혁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윤 전 대통령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는 ‘윤 어게인’ 행사에 몰려가기도 했다.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비판이 일자 어제 “당 소속 의원의 행사에 찾아가 격려하고 함께하는 게 원내대표의 책무”라며 “우리 당과 관련 없는 얘기”라고 발뺌했다. 윤 전 대통령이 위헌·불법 계엄선포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고, 그 탓에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음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언제까지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를 반복할 것인가.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한덕수 160억원 당비 지원설’을 놓고 벌어진 내홍도 점입가경이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의혹 반박을 위해 당무감사위원회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이 “그걸 믿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하자 명예훼손 고발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당비로 한 전 총리를 지원했다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넘어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형법상 배임·횡령죄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 정식 고발하면 수사기관의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며 당내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어 혁신은 거부하고 알량한 당권 경쟁에 매몰된다면 국민의힘은 폐당(廢黨)의 길을 재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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