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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신뢰를 바탕으로 자라는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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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6 22:54:01 수정 : 2025-07-16 2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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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TSMC·삼성·SK 등
반도체 생산에 유기적 연관성
성능 확장대한 상호 믿음 토대
인공지능의 시대 이끌어나가

2020년대는 창의성의 시대이다. 지금까지는 프로그램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일이 가능해진 시기이다. 2022년 말 사람처럼 말하는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가 등장하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인공지능 열풍이 불었다. 인공지능이 대성공을 거두었으니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인공지능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는 모두 시가총액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이 회사들만큼 주목을 받은 두 회사가 있다. 바로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NVIDIA)와 SK하이닉스이다. 인공지능이 반도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다들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반도체는 구체적으로는 어떤 관계로 맺어져 있는 것일까?

사실 반도체 회사가 소프트웨어에 제공하는 것은 반도체 칩이 아닌 신뢰이다. 반도체 회사의 신제품은 기존 제품에서 구동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을 더 빠르게 구동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에는 지원하지 않던 새로운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컴퓨터를 사용한다. 굉장히 오랫동안 지켜진 신뢰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업에 사용하는 컴퓨터가 느리다면 새로운 컴퓨터를 산다. 이러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이유는 새 컴퓨터는 당연히 기존 컴퓨터가 하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정인성 작가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은 엔비디아가 만드는 인공지능 가속기인 GPU를 이용해 구동된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가 출시될 것을 전제로 인공지능에 새로운 기능이 가득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신형 가속기가 기존 인공지능도 더욱 빠르게 구동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인공지능을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과 기능을 확장한다.

이 신뢰의 고리에는 대만과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엔비디아는 칩 제조 공장 없이 오로지 설계도만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그래서 엔비디아가 GPU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설계도대로 실물 칩을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라는 회사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대만의 TSMC이다. 또한 GPU 가속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도 높아져야 한다. 이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담당한다. 엔비디아 역시 파운드리가 칩을 설계도대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신뢰와, 메모리 회사가 기존보다 빠르면서도 용량이 높은 메모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전 세계 천재들이 모여 온갖 창의적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다. 반도체는 그들에게 강한 신뢰를 받는 비옥한 토양의 역할을 한다. 미국의 천재들이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하려고 해도 황폐해진 토양에서는 어떠한 싹도 트지 않는다. 그렇기에 토양의 역할을 하는 반도체는 아주 창의적이지는 않더라도 늘 예측 가능한 수준의 개선은 꾸준히 이루어 내야만 한다. 절반의 확률로 10배, 절반의 확률로 실패하는 것보다는 매해 1.5배 꾸준히 개선을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지금 주목받는 반도체 회사가 모두 동북아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회사이지만 대표 젠슨 황은 대만계 미국인이다. 파운드리 회사와 메모리 회사 각각 대만과 한국에 본사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경쟁이 격화하면서, 인공지능 자체를 개발하는 것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만큼이나 우리가 만들어낸 IT 산업의 토양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2025년 7월 현재, 엔비디아가 미국의 쟁쟁한 IT 기업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물려받은 근면 성실함도 인공지능 시대의 강력한 무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전 세계 IT 기업들은 내년에도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가 출시될 것임을 믿고 있다. 이 신뢰를 자산으로 삼으면 인공지능 시대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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