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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폭염과 마음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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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6 22:53:12 수정 : 2025-07-16 22: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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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높아지면 스트레스 호르몬 과잉 분비
우울·짜증 등 생기지만 일상 관리로 이겨내야

장마철에 우울해지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의 저기압이 마음을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서 693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기압이 낮았던 날(1009hPa 미만) 이틀 뒤에는 우울 증상을 겪게 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기압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부교감신경계의 활성도가 교감신경계보다 우세해져서 피로감과 무력감을 쉽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습도도 마음 건강과 밀접히 연관된다. 폭염과 함께 찾아오는 높은 습도로 땀이 충분히 증발하지 않아 체내 열 발산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짜증과 공격성이 커진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여름철 폭염은 정신건강을 해친다. 기분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특히 더 취약하다. 한여름 열대야에는 우울증 환자들의 불면증과 불안이 악화한다. ‘높은 기온+강한 햇빛+높은 습도’가 동시에 겹치는 날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많아진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에서 월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자살률이 약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이기도 한 것이다.

고온 환경에서 신체는 심부 체온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내보내고, 심박수와 호흡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체온 조절 과정 자체가 신체에 부담을 가중한다. 열을 식히기 위해 혈액이 피부로 몰리면 상대적으로 뇌로 가는 혈류는 줄어들어 주의력과 판단력이 일시적으로 흐려진다.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우리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분비된다. 이런 호르몬 폭주는 심신을 과긴장 상태로 몰고 가 불안과 신경과민을 일으킨다. 장시간 지속되면 기억력과 집중력도 손상된다.

기후 변화로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화되었다. 신체뿐 아니라 마음 건강도 세심히 챙겨야 한다. 꾸준한 수분 섭취는 무더위 속에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갈증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셔서 탈수를 막고 체온을 낮춰야 신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우울과 불안이 악화된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지 않도록 수면 환경을 쾌적하게 관리한다. 잠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취침 모드로 가동해 두는 게 좋다.

장마철에 “기운이 없고, 너무 우울해!”라고 한탄하지 말고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실내 운동으로 신체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햇볕이 강렬할 때는 야외 활동을 삼가고 휴식을 취한다. 극한의 날씨로 감정 변화가 커졌다면 과중한 업무와 중요한 의사결정은 잠시 미뤄두는 것이 현명한 대처다.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렵다면 전문가와 상담하고 도움을 받는다. 폭염 시기에는 정신의학적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물을 추가로 조절해야 할 수도 있다.

자연현상인 날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더위와 추위 모두 우리 삶의 일부다. 날씨 때문에 생긴 우울과 불안은 날씨가 바뀌면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날씨와 마음의 상관성을 이해하고, 자연의 리듬에 마음의 리듬을 지혜롭게 맞춰 살면 된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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