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터지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도대체 왜 이런 초대장을 저에게 보내셨는지,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적도 없고 휴대폰 번호도 모르는 일면식 조차 없는 분인데, 불쑥 모바일 초대장을 보내와 많이 당혹스럽네요. 이래도 되는 건가요?”
천안시의회 김행금 의장이 행정사무감사 피감기관인 천안시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을 대거 발송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행금 의장이 오는 19일 나사렛대학교에서 ‘늦게 핀 꽃 김행금’의 수필집 ‘내가 만난 사람들’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로 지인들과 공무원들에게 대량의 모바일 초대장을 발송했다. 초대장을 통해서는 ‘지난 10년간 정치와 삶의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순간을 수진과 글로 엮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따뜻한 기록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모바일 초대장은 사진 파일 말고는, 문장들로 구성된 글(텍스트)이 없어, 의장으로부터 연락처를 전달받은 보죄진 등 누군가가 특정 다수에게 대량으로 초대장을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출판기념회 이를 받아 든 천안시청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직 시장이나 시의장, 시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연 적은 있어지만 공무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초대장을 돌린 적은 없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혹 그 자체 입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책값을 내라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이는데, 참석 가부를 떠나 도대체 얼마를 내야할지도 고민이예요.”
팀장급 이상 공무원 대다수가 초대장을 받고 이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한 시청 직원은 “의장 임기가 1년가량 남아 있어서 초대장을 받고도 성의 표시를 안했다가 표적 감사를 받는 것은 아닐까, 근심이 쌓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런 출판기념회에는 직접 참석을 않더라도,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게 10만원 가량의 봉투를 하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뜸했다.
천안시청의 6급 팀장 보직은 500명, 사무관 과장 105명, 서기관 국장 13명, 부이사관 실장 1명 등이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모집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난에 따라 국회에서는 선출직 공직자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경북 경산)은 지난달 여야 의원 14명과 함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조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에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후원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앞서 휴일에 있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수행원을 대동하고 관용차를 이용해 장거리를 다녀와 논란에 휩싸였으며, 법인카드 사적 사용 여부를 두고 거짓 해명을 했다는 이유로 시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된 상태다. 다음달 예정인 충남시군의장협의회 해외연수에 다른 의장들이 수행원 1명만 대동하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의회 별정직 공무원 2명을 수행원으로 동반하는 것을 두고도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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