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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수준” 비판에 ‘교육자료’ 격하까지…‘조용한 모범생’들 일어섰다

입력 : 2025-07-16 08:54:25 수정 : 2025-07-16 08:54:25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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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는 ‘교육자료’…국회 상임위 통과
주요 교육 출판사 집단 대응…국회에 공동 입장문 제출
2024년 12월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 소개된 AI디지털교과서. 연합뉴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낮추는 법안의 더불어민주당 주도 국회 상임위 통과에 ‘조용한 모범생’인 국내 주요 교육 출판사 등이 결국 전례 없는 집단 대응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교육 출판 업계는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춰 그동안 조용한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다. 특히 국가 검정 시스템하에 사업을 영위해온 교과서 발행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올해 전국 초·중·고에 처음 도입된 AIDT는 디지털기기로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교사들은 수업에서 종이 교과서를 보조할 수 있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채택해야 하고 무상교육 대상이지만, 교육자료가 되면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한다. 무상교육 대상도 아니어서 사용 시 교육청 예산 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교과서발전위원회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발행사 대표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공동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천재교과서 제공

 

16일 교육 출판 업계에 따르면 천재교과서 박정과 대표를 비롯해 교과서발전위원회 위원들과 AIDT 발행사 대표들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직접 찾아 공동 입장문을 공식 제출했다.

 

입장문에 뜻을 함께한 기업은 ㈜교문사,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씨마스, ㈜아이스크림미디어, ㈜엔이능률, ㈜와이비엠,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디딤돌교육 등 13개 교육 출판사와 AIDT 개발 협력사, 교과서발전위원회 등이다.

 

교과서발전위원회와 AIDT 발행사를 비롯해 에듀테크 개발사 등 20여개 기업이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에 항의 방문한 사례는 사실상 최초다.

 

발행사들은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조항 변경이 아닌, 국가 교육정책의 철학과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행정 폭주”라며 향후 헌법소원과 공청회 추진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AIDT는 현재 전국 수천 개 학교에서 활용 중인 핵심 교육 인프라”라며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AIDT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비례)은 “민주당은 AI 교과서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많은 돈과 예산,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교과서를 만들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교육부가 대안을 제시하면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고 조정할 부분은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교실 혁명’의 중단이자 후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식 의원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동안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온 정책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생각을 하니 참담하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2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번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 출판 업계는 현장에 도입된 국정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다.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학교 현장에서의 지속적 적용과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업계는 “AIDT는 지금 전국 수천 개 학교에서 사용 중인 핵심 교육 인프라임에도,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고 법적 기준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AIDT는 수년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준비해온 공교육 혁신 시스템으로, 검정 기준과 보안 체계는 물론 약 5300억원의 국비와 2조원 이상의 전체 예산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3만6000여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도 이 생태계에 걸려 있는 만큼 AIDT의 지위 격하는 교육은 물론 산업과 고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줄곧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여왔다”며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우리가 지켜온 신뢰와 교육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침묵할 수 없어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AI 교육 강국을 표방하며 수조원의 예산을 투자해왔다”며 “현장의 핵심 수단인 AIDT의 지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자료로 지위가 격하될 가능성이 높아진 AIDT 관련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정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미 투자와 노력이 많이 들어간 상태라서 (AI 교과서가) 완전히 폐기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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