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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은 가해자의 몫” 지젤 프랑스 최고훈장

입력 : 2025-07-14 21:00:00 수정 : 2025-07-15 01:13:19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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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50명 공개재판 세워
실명으로 법정출석해 피해 증언

자신을 성폭행한 50여명의 남성들을 공개 재판정에 세우며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지젤 펠리코(72·사진)가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13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지젤을 레지옹 도뇌르 서훈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제정했으며, 군공(軍功)이 있거나 프랑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된다. 지젤은 2011년 7월∼2020년 10월 강제로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당시 남편이었던 도미니크 펠리코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수십명의 남성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70여명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며, 신원이 특정돼 기소된 이들만 50명에 달한다. 범행은 2020년 도미니크가 마트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체포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젤은 익명이 보장되는 비공개 재판을 택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실명으로 법정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낱낱이 증언했다. 당시 프랑스 사회 곳곳에선 “우리는 모두 지젤”이라는 구호가 퍼졌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다. 특히 지젤은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고 말해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프랑스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젤은 지난 3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타임지는 “지젤은 특별한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익명성을 버리고 공개적으로 소송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용감한 공개 투쟁에서 그녀는 가부장제를 약화하고 전 세계의 성폭력 수용을 방해하는 과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아비뇽 법원은 범행을 주도한 전 남편 도미니크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할 때까지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젤은 남편과 이혼 절차가 완료된 뒤에도 “내 자녀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며 여전히 남편의 성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젤은 내년 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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