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역 경제 기여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불리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세계유산으로는 17번째 등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의 두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한국 유산이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은 가야고분군(2023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한국 내에 있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15건과 자연유산 2건 등 총 17건이 됐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산으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른다. 앞서 세계유산 후보를 사전 심사하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5월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 삶과 예술이 생생히 담긴 유산이다. 울산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동시에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잠수하는 고래 등 50마리 이상의 고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여러 시대의 기록이 층층이 겹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석기 말부터 청동기·철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인물상 암각화에 추상 암각화, 삼국시대와 통일 신라 시대에 남긴 글씨 등 총 600여 점의 그림과 글귀가 있다.
반구천 암각화의 향후 최대 과제는 보존이다. 1965년 사연댐을 지은 뒤 형성된 사연호 상류 쪽에 대곡리 암각화가 있어 댐의 수위가 상승하면 암각화도 물에 잠기면서 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연댐의 수위를 암각화 높이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수문 설치 공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모든 주요 개발계획을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등재 결정 직후 감사 발언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는 암각화 전통을 보여주는 매우 특별한 사례로 선사·고대 사회의 정신세계와 삶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지방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유산을 잘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소식에 “온 국민과 함께 마음 깊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나 비로소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며 “세계유산위원회는 한반도에 거주했던 선사인들이 고래와 같은 희소한 주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적 관광자원이라며 “유산의 보존·관리 수준이 국제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할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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