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작은 유럽 푸꾸옥/먹고 쉬면서 ‘돌체 파 니엔테’ 제대로 느끼는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단독 풀 갖춘 366채 빌라로 이뤄진 하나의 마을/푸꾸옥서 가장 긴 120m 인피티니 풀서 쾌적한 물놀이/전용 해변 켐 비치서 무료로 카약·패들보드 타며 힐링


하늘을 보고 눕는다. 야자수 그늘 드리운 해먹에 몸을 맡긴 채. 아이스크림 닮은 새하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 위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푸른 바다 위를 한가로이 떠다니는 카약. 물놀이하는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과 백색 소음 즐기다 스르르 낮잠에 빠져든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저절로 힐링되니 이곳이 진정한 파라다이스. 베트남 아주 작은 섬 푸꾸옥 켐 비치에서 꿈꾸던 진정한 쉼을 찾았다.


◆먹고 물놀이하고 낮잠 자라
2010년 개봉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이탈리아어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달콤함이란 뜻이다.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던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는 어느 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자 일과 가족, 사랑 모든 것을 뒤로하고 훌쩍 1년 동안의 긴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리즈에게 비로소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데 바로 ‘돌체 파 니엔테’의 뜻을 이해하게 되면서부터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장에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고 부모, 자식, 친구와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렵게 만든 해외 여행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오랜만에 비싼 돈 주고 왔으니 뭔가 하나라도 더 봐야 남을 것 같은 조급증 때문이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면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해가 진 뒤 파김치가 돼서 돌아오기 일쑤다. 이러니 휴가이지만 쉰 것 같지 않고 피로만 쌓일 뿐이다. 영화 주인공처럼 ‘돌체 파 니엔테’를 제대로 느끼려면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휴가보다는 리조트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정답이다.


먹고, 물놀이하고, 낮잠 자며 편안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해외 리조트를 찾는다면 베트남으로 가면 된다. 요즘은 냐짱(나트랑), 다낭에 이어 베트남 남서쪽 끝자락의 작은 섬 푸꾸옥이 뜨고 있다. 여기가 과연 베트남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예쁜 유럽 감성으로 중무장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푸꾸옥까지 직항을 이용하면 약 5시간 30분 만에 푸꾸옥 공항에 닿는다. 공항에서 20분 거리 푸꾸옥 남동쪽 끝자락에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문을 연 지 4주년을 맞아 올해 대대적으로 새 단장한 리조트 진입로로 들어서자 유럽에 온 듯 알록달록한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처럼 먹는 것으로 ‘돌체 파 니엔테’를 시작한다. 오전 7시 30분. 모던하고 캐주얼한 레스토랑 더 베이 키친으로 들어서자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리조트는 모든 고객에게 조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객실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와도 자리가 남을 정도로 레스토랑 규모가 커 줄서서 기다릴 일이 없다. 쌀국수가 다양하다. 닭고기, 돼지고기 쌀국수는 기본이고 신선한 선지를 넣은 한국식 쌀국수까지 나온다. 그러고 보니 식당 손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인 것 같다. 리조트 관계자가 “요즘 푸꾸옥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귀띔한다.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베트남 전통요리 분짜도 빼놓을 수 없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쌀국수, 생야채, 고수, 피시소스를 곁들여 먹는 분짜는 간이 적당하고 고기가 부드러워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게 된다. ‘신이 내린 과일’ 망고 등 달콤한 과일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빈둥거리며 노는 첫걸음을 제대로 뗀 것 같아 뿌듯하다. 더 베이 키친은 아침에는 세계 각국의 특선 요리를 뷔페 스타일로, 점심과 저녁에는 다양한 아시안 요리를 제공한다.


루아 그릴&바는 전통 이탈리안 및 지중해 요리 전문 레스토랑. 현지에서 조달한 제철 식재료를 테이블 옆에서 직접 조리해 내놓는다. 점심에는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발사믹 식초를 졸인 소스에 이탈리아식 치아바타 빵을 찍어 먹자 입맛이 확 살아난다. 첫 번째 메뉴는 저온 조리한 참치 콩피에 차가운 스페인식 수프인 토마토 가스파초를 부은 요리로 고소한 참치와 새콤한 토마토의 궁합이 뛰어나다. 두 번째 메뉴는 새우 등을 넣은 해산물 수프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콤한 맛이다. 메인 요리는 반건조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랍스터 링귀니 파스타. 적당히 잘 삶은 면과 랍스터의 부드러운 살이 매콤하고 걸쭉한 소스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며 와인을 부른다. 와인을 몰라도 걱정할 것 없다.



리조트 전용으로 수입하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토소 프로세코를 주문하면 된다.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치아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에서 글레라를 주품종으로 만드는 프로세코는 스틸 탱크에서 한번에 발효와 숙성을 끝내는 방식으로 대량생산해 가격이 저렴하다. 라임, 자몽의 과일향과 신선한 산도가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며 음식 맛을 북돋아줘 점심에 가볍게 즐기기 좋다. 메인 요리로 드라이 에이징한 티본스테이크도 즐길 수 있는데 이탈리아 피렌체 티본스테이크 뺨칠 만큼 부드러운 육질에 놀라게 된다. 유기농 토마토와 바질향 페스토 소스가 조화로운 신선한 부라타 치즈 샐러드, 라구 소스를 곁들인 부드럽게 조리된 소 볼살과 페투치네 면 파스타, 이탈리아 남부 스타일 올리브오일, 레몬, 허브 베이스 살모리글리오 소스를 곁들인 해산물 그릴구이 등 매일 미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카약·패들보드 무료로 즐기는 아름다운 켐 비치
조식을 배불리 먹어 점심을 건너뛰었는데 배가 출출하다면 더 베이 키친 2층에 새로 문을 연 더 허브에서 메인 풀과 켐 비치 풍경을 감상하며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면 된다. 허브티나 커피와 함께 예쁜 4단 트레이에 층층이 담겨 나오는 디저트의 비주얼에 탄성이 터진다. 양이 엄청나 3~4명이 즐기기에 충분하다.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쌀밥 위에 망고를 얹어 야자 잎으로 감싼 망고밥, 새우를 얹은 베트남식 스프링롤, 미니 마카롱 버거 등 톡톡 튀는 메뉴로 구성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더 허브는 저녁에 뷔페 요리와 칵테일을 즐기는 신나는 라이브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홀 규격 레인 2개를 갖춘 볼링장과 당구대도 있어 식사 뒤 한게임하기 좋다. 또 단체 모임을 위한 넓은 소셜 스퀘어, 7개의 프라이빗노래방도 갖췄다. 리조트는 2차 확장을 통해 최대 1000명을 수용하는 선 트로피컬 볼룸, 워터 파크, 최첨단 피트니스 센터, 16개의 트리트먼트 룸을 갖춘 스파, 골프 연습장을 갖췄다. 어린이를 위한 전용 키즈 클럽에서는 강사 지도로 야자수 공예도 배울 수 있고, 베트남 전통 모자를 자신만의 그림으로 예쁘게 꾸며 가져갈 수 있다. 서머 패키지로 숙박하면 볼링장, 노래방, 워터파크, 키즈클럽 등은 대부분 무료다.



리조트는 125~415㎡ 크기의 빌라가 무려 366채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로 거대한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다양한 사이즈의 모든 빌라에 전용 수영장과 간이 주방이 딸린 별도의 거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덕분에 간단한 요리도 만들 수 있고 전용 풀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 제대로 물놀이를 하고 싶다면 더 베이 키친 앞 메인 풀을 이용하면 된다. 길이가 무려 120m로 푸꾸옥에서 가장 긴 수영장이라 아주 쾌적하다.



리조트는 전용 해변인 켐 비치까지 품고 있어 한가롭게 해변을 거닐기 좋다. 켐 비치로 들어서자 남쪽 언덕으로 유럽풍의 리조트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이국적인 낭만을 더한다. ‘켐(khem)’은 베트남어로 아이스크림이란 뜻. 하얀 모래사장 덕분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해변에는 연인들이 서로 예쁜 사진을 찍어 주며 사랑을 속삭인다. 투숙객들은 무료로 카약, 패들보드를 빌려 신나게 바다를 가를 수 있다. 바닷물에 살짝 잠기는 그네가 인기 높은 포토존. 그네에 앉으면 수평선과 켐 비치의 하얀 모래가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인생샷을 얻는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에는 해먹이 걸려 있어 낮잠을 즐기기 좋다. 켐 비치는 사실 푸꾸옥의 유명한 ‘노을 맛집’. 해질 무렵 해변에 앉으면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일몰이 장관이다. 해가 지면 켐 비치에 새로 문을 연 코코 비치 하우스에 불이 켜진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다양한 해산물 요리에 칵테일을 곁들이다 보면 ‘돌체 파 니엔테’의 진정한 의미를 저절로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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