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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만나 ‘인생 2막’ 여는 고범림 대표…“글로벌 시장 공략 시동”

입력 : 2025-07-12 20:00:00 수정 : 2025-07-12 16:35:03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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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비료나 효소를 사용한 고품질의 바나나를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범림(61) 크리던스 코퍼레이션 대표는 7일 세계일보와 만나 필리핀에서 바나나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고범림 대표가 다바오 농장에서 ‘쏙쏙’ 작업을 끝낸 바나나를 보여주고 있다. 크리던스 코퍼레이션 제공

경북 예천 출신인 고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아시아 바나나 수출 시장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바나나 최대 생산국인 필리핀에서 농장 운영에 매달려오고 있다. 바나나 재배를 통해 '인생 2모작'을 개척하고 있다.

 

30년간 대기업 토목 건설 회사에 다닌 그는 고속도로 터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5년 종교계와 환경단체 반발로 2년여간 공사를 중단한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 4공구 일부인 사패산터널 공사 당시에도 현장 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 고가 은퇴 후 국내 과일 시장에서 규모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장 자체가 큰 바나나에 관심을 두게 됐다. 고 대표는 "지인들과 고심 끝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바나나를 재배해 국내에 수출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며 바나나 재배를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2년여 간의 연구 끝에 고 대표는 태풍에 취약한 바나나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지역으로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섬 최대 도시인 다바오를 선택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현지 직원 25명과 함께 처음으로 약 21만㎡(6만3000평) 규모 농장에 바나나 모종을 심었다. 땅에 심은 바나나 모종은 약 8개월 정도부터는 커서 숲을 이루고, 꽃을 피워서 열매를 맺는다. 거의 다 키워도 안심할 수 없다. 바나나는 층층이 여러 송이의 열매가 자라서 크기가 커질수록 아래 있는 바나나를 누르며 상처가 날 수 있어서다. 그는 바나나 송이 사이에 비닐을 씌워서 상처가 입지 않게 방지해 주는 일명 ‘쏙쏙’ 작업은 매일 사다리를 들고 미로 같은 바나나 농장을 누비고 있다.

고범림(오른쪽) 대표가 현지 농장 관리 책임자로부터 바나나 성장 상태를 보고 받고 있다. 크리던스 코퍼레이션 제공

지난달 592개 상자(2t)의 바나나를 수확한 것이 그의 첫 결실이다. 고 대표는 “다바오에는 태풍과 지진, 화산이 없어서 ‘자연재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일정한 기온과 비옥한 토양, 풍부한 강수량 덕분에 연간 770만개 상자(약 1040t)는 무난히 수확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 대표에게 바나나는 다국적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1960년대부터 돌(Dole), 스미후루(Sumifru) 등 글로벌 식품기업의 점유율이 높다. 이들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가 선택한 전략은 바로 ‘고품질 바나나’다.

 

우연찮게 그는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조직 배양 실험실과 종묘장을 보유한 다국적 농업기업인 마스만 드라이스데일(Marsman-Drysdale)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필리핀 자체 직영 협업 투자 농장을 설립했다. 그가 필리핀 다바오 지역을 선택한 이유다.

필리핀 다바오에 있는 바나나 농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크리던스 코퍼레이션 제공

고 대표는 “치명적인 곰팡이병(파나마병)이 전 세계 상업용 바나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품종인 캐번디시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어서 바나나 재배를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며 “병충해 예방과 관리를 받아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품질 등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이 가진 기술력은 캐번디시 바나나를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을 더 향상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생명 공학 연구 부서를 갖춘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은 이미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바나나 보호와 영양을 위한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했다. 시가토카 방제(BIOSEB), 토양 생물비료(BIOFERTILIZER), 총채벌레 방제를 위한 바이오 살충제(PALTAN), 곰팡이 기반 생물학적 선충제(BIOPAC) 등이 대표적이다.

 

1950년 다바오에 있는 7500ha 규모 아바카 바나나 농장이 모자이크 바이러스병으로 흉작을 겪었지만, 생명공학을 통한 다양한 연구개발로 병충해를 이겨내면서 지금은 ha당 수확량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바뀌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고 대표는 “20년 후에는 이 땅을 더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면서 “고품질의 프리미엄 바나나, 더 안전한 바나나를 생산해 한국으로 보내겠”고 힘줘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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