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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전력낭비 없게 정수… “年 92억 아낀다”

입력 : 2025-07-09 19:01:59 수정 : 2025-07-09 21:42:42
화성=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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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AI정수장 ‘국제표준’ 부푼 꿈

물양·수위 반영 역세시간 도출
전기료 가장 낮은 시간대 작업
세계 최초 개발·실증 운영 기술
2026년 국제표준화 확정 기대
“AI(인공지능) 시스템이 물 양과 수위를 반영해서 각 여과지별로 ‘역세’ 시간을 도출합니다.”

 

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매송면 한국수자원공사 화성권지사 AI 정수장 내 활성탄여과지동에서 강영국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이 ‘GAC(입상활성탄) 여과 전체 현황’이 표시된 모니터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활성탄여과지동은 정수 단계 중 막바지 단계로 활성탄으로 물 속에 남은 냄새 물질 등을 최종 흡착하는 과정이다. 이날 가동 중인 총 11개 여과지 바닥에는 검은 빛을 띠는 활성탄이 깔려 있었다.

 

9일 한국수자원공사 화성 AI 정수장 내 활성탄여과지동에서 관계자가 AI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각 여과지의 활성탄은 최대 360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적정 시간이 지나면 세척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역세라 부른다. 활성탄을 세척하는 데 전력이 소모되는데, AI는 각 여과지별로 전력 소비를 최대한 효율화할 수 있는 역세 시간을 계산해 작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강 차장은 “심야 시간에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AI는 물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하면서도 전기 요금이 가장 낮을 때 역세 과정을 최대한 많이 진행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여과 과정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공이 생산하는 물 원가의 25% 정도가 전기 요금이다. 화성 AI 정수장 활성탄여과지동에서 생산한 정수는 하루 평균 17만t으로 경기 화성·평택에 공급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실증한 이 AI 정수장 운영 기술이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 작업초안’으로 공식 승인됐다. 지난해 11월 ‘신규과제 제안’을 승인받은 후 7개월 만에 국제표준 제정 핵심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수공은 ISO 중앙사무국 회람과 회원국 투표 등을 거쳐 이르면 2026년 최종 국제표준으로 확정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실제 AI 정수장 운영 기술이 국제표준이 될 경우 전 세계가 AI 정수장을 구축하고자 할 때 ‘기준’ 역할을 하게 되는 게 바로 화성 AI 정수장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누산따라, 베트남 롱안성 2곳의 상수도 구축 사업에 AI 정수장 기술 이전이 포함돼 진행 중이다. 

 

화성 AI 정수장은 4년 전 AI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구축된 정수장이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여기 적용된 AI 시스템이 전국 43개 광역상수도 정수장으로 확대됐다. AI 정수장 구축·확대에 들어간 투자액이 총 480억원이다. 화성 AI 정수장 활성탄여과지동의 전력 효율화 사례처럼 AI 시스템으로 인해 한해 줄인 전력비가 총 27억1100만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약품비·정비비 절감과 산재예방 효과를 비용으로 환산한 액수까지 더하면 연간 92억원 정도를 절감하고 있단 게 수공 측 설명이다. 강 차장은 “AI 정수장의 향후 유지보수비나 설비 교체 등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10년이면 투자비용이 회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한국수자원공사 화성 AI 정수장 내 약품동에서 관계자가 AI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제 화성 AI 정수장 내 약품동에서도 AI 시스템이 팔당 취수장에서 가져온 원수의 탁도·산성도·수온·전기전도도 등 요인을 자동 측정해 이물질을 침전시키기 위한 응집제 투입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었다.

 

이같은 과정으로 이전보다 줄이게 된 약품량이 한해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까지 된다고 한다. 강 차장은 “알고리즘으로 각 요인별 가중치가 고정돼 있다”며 “AI 정수장 구축 이전에는 탁도 등 요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나 그걸 가지고 응집제 투입량을 결정하는 건 그간 실험실 결과나 개개 근무자의 경험에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정수장이 ‘돌발상황’까지 대처 가능한 건 아니다. 당장 현 수준에서는 설비 교체, 설비 장애 , 이상 수질 유입 등 이상 상황 발생 시에는 AI가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감시 중인 직원이 관련 조치를 취하게 된다. 수공은 이같은 한계를 보이는 현 단계를 ‘초기 자율운영’(레벨1)으로 명명하고, 이상상황에서도 AI가 대처할 수 있는 단계인 ‘고도 자율운영’(레벨2) 구축을 올해 시작해 2027년까지 완료한단 계획이다. 나아가 2030년까지는 안전·관로·수질사고나 화재·침수·지진 등 재해 발생 시에도 AI가 대처할 수 있는 ‘완전 자율운영’(레벨3)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화성=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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