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전북 이어 경남까지 중단
신청자 저조 등 난관 부딪히자
참여 지자체 4곳 중 3곳 발 빼
서울시, 42명에 교육 진행 불구
한국어 등 이유 34명 중도 포기
최저임금 미적용 등 논란 일어
노동계 “예견된 일… 중단해야”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시범사업에 뛰어든 4곳의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시만 참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신청한 외국인 대다수가 교육 중 중도 이탈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노동계는 새 정부가 이 사업을 공식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지자체는 서울시가 유일하다. 법무부 측은 “서울시·경남도·경북도·전북도가 사업 참여를 희망했으나 노동계·여성계의 비판 등으로 경북도와 전북도는 추진을 중단했고, 현재 서울만 외국인 모집 및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사업 시행을 위해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유료직업소개사업자로 등록하는 절차까지 밟았지만 외국인 모집에 난항을 겪어 사실상 발을 뺀 상태다. 당초 6월 중 재공고를 내겠단 계획도 접었다. 경남도 관계자는 “외국인 신청자는 10명 정도였다”며 “이 인원으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어 보류 상태”라고 했다.
유일하게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도 신청자가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5월까지 총 42명의 외국인이 신청했는데 교육에 돌입하자 34명이 중도 포기했다. 사업을 몰랐다거나 한국어가 어렵다는 등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최종 이수자는 8명에 그친다. 교육은 가사, 육아 등 내용이며 시간은 총 40시간이다. 예산은 법무부에서 투입한다. 올해 법무부는 이 사업의 강사료로 3억원을 편성했고, 외국인 4000명을 대상으로 하겠단 계획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간에 취직한 사람, 한국어가 어렵다는 사람 등 포기 사유는 다양했고, 사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8명으로는 사업 시행이 어렵기 때문에 이달 중 재공고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5월까지 교육을 완료한 뒤 6월부터 가정과 매칭하겠다는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셈이다. 그러면서 “이용가정 모집은 8월이 돼야 할 것 같다”며 “사업을 잘 해보려 고민 중이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이 사업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정부 합동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에 포함됐다.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외국인 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가사사용인은 개별 가구와 사적 계약을 맺어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가 가사서비스 시장을 음지로 내몬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졌으나 법무부는 시범사업을 강행했고, 올해 3월 지자체들이 시행을 공식화했다. 유학생(D-2), 결혼이민자 가족(F-1-5) 등 비자 소지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은 노동계의 비판에도 윤석열정부가 힘주어 추진하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향후 좌초 가능성이 더 커졌다. 비슷하게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최근 본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사업 재검토 계획 질의에 “신정부 기조 및 지자체 상황, 외국인 참여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이재명정부가 해당 사업 중단을 공식화하고,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제언한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애초에 말이 안 되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라며 “조만간 국정기획위원회에 시범사업 공식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무부는 지자체에서 호응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돌봄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인력 현황 파악을 포함해 외국 인력을 도입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을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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