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압수수색·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지시
“탄핵소추돼 지휘권 없는데도 경호처 지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에게 “그걸(경찰관을) 왜 (공관촌에) 들어가라고 해?”, “들여보내지 말라니까”라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당시 경호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경호처 간부회의에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자리를 뜬 뒤 “미친X들 오면 때려잡자”고 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체포 저지를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의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특별수사단이 대통령과 국방장관 관저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이를 막으라고 박 전 처장과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11시쯤 김 전 차장에게 비화폰(보안휴대전화)으로 연락해 “국방부 장관 공관만 생각하면 안 된다. 국방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와 다 함께 묶여 있는 군사보호구역 아니냐”며 이 일대 공관촌 내로 수사기관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 경호처가 경찰에 협조해 경찰관 1명을 공관촌으로 들여보내자 윤 전 대통령은 오후 2시쯤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그걸 왜 들어가라고 해?”,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응?”이라고 질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박 전 처장에게도 비화폰으로 전화해 따졌고, 몇 분 후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했다. 이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내가 그렇게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너 처장한테 이야기 전달 안 했어?”라고 질책했다.
당시 김 전 차장이 압수수색 상황을 윤 전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압수수색 중이던 경찰관은 결국 공관촌 밖으로 쫓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경호처장과 차장에게 “대통령실 및 관저 지역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30일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경호처가 조직적으로 체포 저지에 나선 정황도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처장 등과의 식사 자리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체포영장은 불법이므로 이에 응할 수 없다”고 하는 등 체포 저지를 지시했다.
특검은 “피의자(윤 전 대통령)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상태였음에도 자신의 지휘를 받아왔던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을 이용해 박종준·김성훈 등 경호처 지휘부에 지시해 경호처 공무원 등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것을 마음 먹었다”고 적시했다.
당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경호처는 매일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박 전 처장은 “대통령의 방침이다”라며 체포 저지 지시를 전달했다. 김 전 차장은 박 전 처장이 자리를 뜬 뒤에는 “공수처가 받은 영장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받은 불법 영장이다”라는 등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전했다. 김 전 차장과 이 전 본부장은 특히 공수처와 경찰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하루 전인 올해 1월2일엔 “미친X들 오면 때려잡자”고 주장하는 등 유형력을 행사해서라도 영장 집행을 막기로 결의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체포 저지 지시와 경호처의 이행이 특수공무집행방해이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체포영장 발부는 재판의 집행에 따른 구금인데 이를 경호법상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라고 볼 수 없고, 경호처도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지시에 응할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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