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80여명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참사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구조 작업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인재’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확인된 사망자 숫자가 81명에 이르렀다. 실종자도 40여명에 달해 구조작업이 계속될수록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해는 텍사스주 중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지난 4일 커 카운티에서 시작된 뒤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이 범람, 홍수가 발생하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많은 비가 계속 내리면서 홍수가 또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4∼48시간 동안 강한 비가 커 카운티 인근 콘초 밸리에 쏟아지면서 추가로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커 카운티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는 사회관계망(SNS)인 트루스소셜에 “나는 우리의 용감한 긴급구조요원들이 즉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방금 텍사스주 커 카운티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고 적었다. 이어 “많은 생명을 잃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실종된 상태에서 이들 가족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겪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주와 지역 지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전날부터 현지에서 애벗 주지사와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구조 및 구호 작업에 착수했다. 놈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텍사스주 긴급구조요원들에게 현재 FEMA 자원을 배치 중이며, 주 및 지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텍사스 주민들이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복구가 시작되는 과정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사망이 ‘인재’라는 미국 내 비판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이번 폭우기간동안 국가기상청(NWS)의 활동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WS가 예상 강우량을 과소평가해 지역 당국이 다가올 상황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님 키드 텍사스 주 비상 관리국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NWS의 경고와 예보가 우리가 목격한 강우량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런 역량 저하는 이미 예견됐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이후 밀어붙인 정부 구조조정 여파로 미국 해양대기청(NOAA), NWS 등 기상예보를 위한 핵심 기관에 대한 인원삭감과 예산 축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NOAA에 대한 엄격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국가기상청(NWS)의 오스틴-산안토니오 사무소를 포함한 여러 주요 기상 예보 사무소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어려움이 이번 대응 실패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했다. CNN은 NOAA와 NWS의 기능 축소가 기후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면서 결국 이들 기관의 새로운 예보 기술 연구 개발이 지연되며 새로운 비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