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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등장에 소비자 ‘환호’, 약사들 ‘격분’… 왜?

입력 : 2025-07-06 05:00:00 수정 : 2025-07-05 14: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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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처럼 카트 끌고 의약품 구매… 약사단체 “유통질서 왜곡” 반발
‘창고형 약국 GRAND OPEN’ 현수막이 걸린 경기도 성남기 메가팩토리 약국 외관. 대형 유통 매장을 연상케 하는 외형의 창고형 약국은 기존 약국과 다른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으나, ‘창고형’ 명칭 사용이 약사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수막은 최근 철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건강기능식품부터 진통제까지 한자리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창고형 약국’이 국내에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약사 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거센 반발이 일고 있으며, 일부 약사들은 창고형 약국 운영자에 대한 신상 공개와 악성 비방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메가팩토리약국’은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창고형 약국을 표방하며 개장을 알렸다. 매장 면적만 140평, 취급 제품은 2500종이 넘는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처럼 쇼핑카트를 끌고 매장을 둘러보다 필요한 제품을 선택해 계산대에 가져가고, 약사들이 복약지도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실제 이용자 후기에 따르면 타이레놀, 마데카솔 같은 상비약은 일반 약국보다 수백 원 정도 저렴하고, 비타민·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은 “솔깃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반응이 많다. 일부는 한 번 방문해 20만 원 넘게 구매했다는 후기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환영하지만, 약사 사회의 반발은 극렬하다. ‘창고형 약국’이라는 간판이 약사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지자체는 해당 문구 사용 중단을 권고했고 약국 측은 결국 외부 현수막을 철거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약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과격한 움직임이다. 창고형 약국 대표와 근무 약사들의 이름, 얼굴, 학력까지 공개하며 ‘신상 털기’와 비방이 이어졌고, “사고 나면 좋겠다”, “죽이겠다”는 협박성 댓글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약국 측은 해당 커뮤니티 작성자 28명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약국’ 내부 모습. 소비자들이 쇼핑카트를 끌고 약국을 둘러보며 필요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고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한약사회는 이 같은 비방 행위와는 선을 긋는 한편, “창고형 약국은 의약품 유통질서를 왜곡하고 오남용 위험을 높인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것이 아니다. 올해 3월에도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3000원짜리 저가 영양제를 선보이자 약사회는 “약국 제품이 비싸 보이게 만든다”며 반발했고, 결국 공급사인 일양약품은 닷새 만에 판매를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약사회가 제약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갑질 논란’이 일며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에는 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약사회 간부의 회의장 자해 소동으로 무산된 사례도 있다. 약국 이외의 유통 채널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10월 기준, 국내 약국 수는 2만5000 곳을 넘어섰다. 매달 26곳씩 약국이 새로 생기는 상황에서, 한정된 처방전 수익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약사들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사의 전문성과 복약 안전은 중요한 가치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유통 방식과 소비 패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의료계에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고 약 배송 논의가 이뤄지는 지금, 약국 역시 유통 중심에서 전문성과 신뢰를 갖춘 ‘건강 컨설팅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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