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당장 대북 접근은 시기상조…우크라戰 일단락 때 광물·관광 협력을”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7-05 09:02:32 수정 : 2025-07-05 09:02:31

인쇄 메일 url 공유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적의 시간을 잡아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 협상력만 키워주게 됩니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는 4일 일본 와세다대에서 열린 이 대학 일·미연구소 주최 특별강연에서 “트럼프 정부가 서둘러 북한에 접근하려 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제거하는 선의 핵 동결 내지 군축 협상으로 이어져 한국·일본에는 북핵 리스크가 그대로 남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가 4일 일본 와세다대 일·미연구소 주최로 열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법 : 한·미·일 공조의 모색’ 특별강연회에서 청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김 교수는 진보·보수 정권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시효를 상실했다며 새로운 접근법 모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 방식’,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해 핵을 개발하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광물의 국제 공동 개발·관리, 원산 관광단지 공동 개발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제안했다. 김 교수는 “미국 기업이 들어가 광물을 채취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이유가 없어지고, 북한은 우라늄을 빼돌려 몰래 농축할 수 없게 된다”며 “관광 개발은 체제 비침투적이어서 이 같은 거래적 접근법의 시작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출범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경제적 상호 의존을 높이는 한편 독일의 재무장을 방지하며 유럽 통합의 씨앗이 됐듯이, 북한 광물의 국제 공동 개발·관리가 북한의 국제경제체제 편입과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체결하고, 가자지구는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점에 비춰 북한에도 이 같은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북한 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김 교수의 평가다.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견하며 북·러 밀착이 정점에 달한 현시점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2024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고, 서비스 생산은 북한 정권의 단속으로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 분야만 무기 생산과 러시아의 에너지 제공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러 밀착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알려진 것처럼 크지는 않다. 러시아의 지원이 군사 분야로 쏠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 기간 북·중 교역량은 감소하는 등 북한과 중국 간 관계가 느슨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터다.

 

이에 따라 북한에 새로운 접근법을 적용하는 최적의 시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 정도 결말이 지어질 때”가 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망했다. 러시아가 계속 북한을 필요로 할지, 러시아를 대체해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지 불투명해지는 시기를 한·미·일이 잘 파고들어야지, 지금 너무 서두르면 패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은 근원적 정책 변화라기 보다는 거래적·실용적·국면적 변화”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단락된 후 북한이 경제적·외교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공간을 찾기 시작할 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이어 “손해 보기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는 한국과 일본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에는 희토류 매장량이 많기 때문에 (북한 광물 공동 개발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게 되고, 한·일도 희토류 공급망의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