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다루는 채해병 특별검사(특검 이명현)은 다음 주부터 ‘VIP 격노설’을 본격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다음주 가장 먼저 조사받을 피의자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인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개시한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임의 소환조사를 마친 후 두 번째 소환이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 외에도 임성근 전 사단장·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출국금지했다고 2일 밝혔다. 채해병 특검이 이들을 주요 관련자로 지목한 상황에서, 이들의 혐의를 정리했다.

VIP 격노설의 배경은 2023년 7월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관한 수석보좌관회의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해병 순직 사건의 수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려던 날이다. 이틀 뒤인 8월2일엔 경찰에 수사 결과를 넘기려 했다. 하지만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이종섭 전 장관이 갑자기 브리핑을 취소하고, 이첩을 미뤘다. 그 이유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건을 보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VIP 격노설을 규명하기 위해 김계환 전 사령관을 7일 오전10시30분부터 조사할 예정이다. 그는 경찰에 사건 기록을 넘기려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와 수사단이 특정한 혐의자 8명 중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6명을 혐의자 명단에서 빼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조사에서 김계환 전 사령관은 이종섭 전 장관으로부터 혐의자를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주로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임성근 전 사단장이 실제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허위 보고한 것인지도 물을 예정이다. 그는 임성근 전 사단장으로부터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고 보고 받아서 사망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종섭 전 장관의 주요 혐의는 채해병 사망 사건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후 경찰에 사건 이첩할 것을 멈추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다. 그는 수석보좌관회의 후 대통령실 내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직후 전화를 끊고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사건 기록을 경찰에 넘기지 말고 언론브리핑도 취소하라고 통화했다.
추가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임성근 전 사단장은 2일 조사에서 병사들이 실종자를 수색하던 당시 무리한 수중 수색을 명령해 채해병이 숨지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조사받았다. 로프와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도 없이 수색작전이 실시됐기 때문이다.

이종호 전 대표는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 목록에서 빼는데 압력을 넣었다는 ‘구명 로비’ 혐의를 받는다. 이종호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와의 친분을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그는 2023년 8월9일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성근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가 공익 제보한 통화 내용을 발단으로 구명 로비 의혹이 시작됐다. 이종호 전 대표는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의 관련자기도 하다.
채해병 특검은 이들을 포함해 당시 수석보좌관회의 내용을 알고 있는 모든 관련자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성원 부장검사가 채해병 과실치사(상)·임성근 구명로비·이종섭 호주 장관 임명 의혹을, 천대원 검사가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신강재 군검사가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 공소유지 관련 내용을 총괄한다. 정민영 특검보는 2일 “각 사건이 큰 줄기에서 나뉜 사건이기 때문에 팀마다 해당 사건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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