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전조율 없이 무작위 즉문즉답
중국 기자와만 오찬 가짜뉴스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은 특유의 친근하고 솔직한 소통 방식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2분 동안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언론과의 거리감을 최소화하고 ‘소통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가깝게·새롭게·폭넓게’라는 콘셉트에 따라 권위는 덜고, 언론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대통령 회견이 단상 위에서 격식을 갖춰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날 이 대통령은 연단 없이 기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회견에 임했다. 좌석은 반원형으로 배치돼, 마치 타운홀 미팅처럼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자들이 에워싼 구조였다. 기자단과 대통령 사이의 물리적 거리도 1.5m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은 가까운 거리에서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질문을 듣고, 직접 답변을 이어갔다.
질문자 선정 방식도 색달랐다. 언론과의 사전 질문 조율 없이 기자들의 명함을 통에 넣고 분야별로 기자단 간사가 무작위로 추첨해 질문자를 선정하는 실험적 방식을 택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질문자 추첨 방식에 대해 “주택 추첨 아니냐”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기도 했다.
‘폭넓게’라는 콘셉트에 맞게 출입기자단 외에 지역 풀뿌리 언론인들을 비대면으로 초청해 질문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 외신기자의 질문을 받고 대선 전 외신 기자단과의 오찬에 관해 퍼졌던 ‘가짜뉴스’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 일본 외신기자가 질문을 하려 하자 “저랑 점심을 함께하지 않았었나”라고 말한 뒤 “외신기자들과 점심을 한번 한 일이 있는데 중국 언론과만 했다고 이상한 기사가 한번 나왔었다. 그때 만난 그분”이라고 했다. 이어 “저분은 일본 언론인으로, 아직도 대명천지에 명백한 가짜뉴스가 횡행해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올해 초 외신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것을 두고 ‘중국 언론과 간담회를 했다’며 현 야권이 친중 논란을 제기한 것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북관계 구상에 대한 질문에 과거 변호사로 일하며 부부 상담을 했던 경험을 언급하고 남북 관계를 부부 관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때 제가 부부 클리닉 같은 데 가서 남녀 역할을 바꾸는 것을 해보고 다시 오라고 했는데 대개 부부 상담소 다녀온 사람은 다시 오지 않았다. 역할을 바꿔보니 이해하게 된 것”이라며 “사람 관계도, 여당과 야당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도, 진영과 진영 간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휴가 계획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선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휴가를 잘 가지 않았다고 말한 뒤 “이번엔 휴가를 가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또 하필이면 휴가를 갈 예정 시기에 전당대회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좀 쉴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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