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기소청 추진에 시간 필요해
“국회가 결단하기 나름” 공 넘기기도
경찰권 비대화 우려에는 견제 시사
“檢 알아야 개혁 갈등·부작용 줄여”
최근 檢 출신 인사 문제 해명 나서
여대야소 정국 제왕적 대통령 지적엔
“이게 바로 국민의 선택… 선거로 심판
권력 견제 위해 국회로 감사원 이관”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서 문재인정부 때만 해도 반론 여론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일종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검찰·사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이견이 없다”고 못 박고, 개혁 시점은 “추석 전 얼개 마련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격언을 인용해 사법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누가 사적인 목적을 갖고 사람을 잡아 감옥에 가둬놓거나 목숨을 빼앗으면 이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나쁜 짓”이라며 “만약 그런 범죄 악행을 막으라고 국민이 준 권력을 이용해 법률의 이름으로 그런 행위를 한다면 어떤 게 더 나쁜가. 권력으로 힘으로 그러는 게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그게 우리 현실에 존재한다”며 “그러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얘기해본다면, 기소를 위해서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긴 시간 동안 더 악화했다”며 “검찰개혁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에서 검찰이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속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 관련 대장동 개발비리, 백현동·위례 개발비리,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총 8개의 사건을 수사해왔다. 수사 지휘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던 검사들이 주로 담당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방향성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할 경우 경찰이 비대화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권력은 집중되면 남용되니까 분리하고 견제해야 한다. 경찰의 권력 집중 문제는 자치경찰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그건 여유가 있다”며 향후 경찰 수사권 분산을 위한 개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석 전에 검찰개혁을 끝내겠다’는 일정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그때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만 했다. 국회가 입법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완벽한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한참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각 조직의 규모와 인선 등을 결정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할 사안이고, 정부에서 할 일은 그로 인한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검찰개혁을) 원만하고 신속하게 하려면 대통령실과 정부 안에도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는 게 유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친정’인 검찰을 상대로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적극 해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직업공무원은 선출된 권력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안 따라오면 바꾸면 된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야당 국회의원도 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민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고, 저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주 만나뵐 것”이라고 말했다. 영수회담 정례화 제안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겠다”면서도 “일정에 맞춰서 필요할 때마다 만나면 된다”고 했다.
여대야소 정국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되면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게 바로 국민의 선택”이라며 “그걸 ‘당신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앞으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등으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건 덜 싫어서 선택한 면이 있다. 설득하든지, 아니면 실질적 성과로 진짜 삶을 개선해 ‘밉지만 괜찮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제가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권력 견제를 위한 제도로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감사원 기능은 국회에 지금이라도 넘겨줄 수 있으면 넘겨주고 싶다”며 “권력은 견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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