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또 비극적 사건 되풀이
거실 에어컨 주변서 발화 확인
한밤 화재 발생 전 세 차례 정전도
소방당국, 추가 정밀 감식 진행
지난달 부산에서 부모가 새벽 청소일로 아파트를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초등학생 자매가 숨진 지 8일 만에 판박이 사건이 부산에서 또 발생했다. 이번에도 부모가 외출하면서 아파트를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린 자매가 모두 사망했다.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8분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해당 아파트에 살던 9세, 6세 자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해당 아파트 주민 100여명도 긴급 대피했다.

자매 중 유치원생인 동생이 아파트 현관 앞 중문 입구에서 먼저 발견됐고, 초등생 언니는 2분 뒤 거실 앞 베란다에서 발견됐다. 해당 아파트 거실 바닥에는 층간 소음 방지용 매트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화재 발생 전 오후 7~8시 사이 해당 아파트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복동 부산 기장소방서 현장대응3단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해당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이 화재 발생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 설치된 자동 화재탐지기가 울린 시점이 신고 시간이라고 보고 있으나, 경보기에 따라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 발생 시간은 추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소화기와 옥내소화전, 자동 화재탐지기 등이 설치됐고, 화재 발생 당시 자동 화재탐지기는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2003년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07년 3월 완공된 건물이라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30여분 만에 꺼졌으나, 아파트 내부와 에어컨·TV·소파 등 가재도구 등을 태워 28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당시 숨진 자매의 부모는 에어컨을 켜두고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소방당국과 경찰의 합동감식 결과, 발화부는 거실에 설치된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으로 확인됐다. 또 발화원은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콘센트(멀티캡)의 전선에서 단락흔적이 발견됐으나, 정확한 화재원인은 에어컨과 전선 잔해물 등에 대한 현미경 검사와 비파괴 검사 등 추가 정밀감식을 통해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기장군 아파트 화재 현장을 찾아 “지난달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화재사고가 또 발생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머리를 숙였다. 박 시장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할 때 필요한 안전조치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래된 모든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설치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먼저 실태부터 파악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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