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조 바탕 남북관계 개선”
확성기 중지엔 “北호응 기대 이상”
“흡수 아닌 평화통일 지향” 강조
일본인 납북 질문엔 “협력 노력”
국내 납북자·군 포로는 언급 안 해
“한·일 협력, 과거사와 분리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든든한 공조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화를 전면 단절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지금 통일을 요구할 경우 자칫 상대에게 ‘흡수를 하겠다는 것인가, 굴복을 요구하는 것인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을 상대로 인정한 가운데 대화, 교류에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을 펼쳐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대화와 소통,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전형을 만들기도 했지만, 사실은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하는 것”이라며 “미워도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나 외교에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여야 관계도, 남북관계도, 진영과 진영 관계에서도 서로 절멸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적대와 불신이 심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긴장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방송 중지가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 중지로 이어졌던 것을 예로 들은 뒤 “대북방송을 중단하면서 얼마나 북한이 빨리 반응할지, 혹시 반응을 안 하지는 않을지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너무 빨리 호응했고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와 관련해선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자칫 상대한테 ‘굴복을 요구하는 것인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통일부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헌법에도 쓰여있듯이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 이는 흡수통일이 아니다. 누가 흡수를 당하고 싶겠나”라며 “가능하면 존재를 인정하고 동질성을 조금씩 회복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한·일 간 협력 방안을 묻자 “북한 내 인권 문제는 사실 매우 복잡하다”며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역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선 “일본의 납치된 가족과 당사자의 억울함은 풀어주는 게 맞고, 우리 정부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협력하는 게 맞다”며 “뭘 협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납치자 해결 노력에는 공감한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꽤 노력하는 것 같다. (이 문제를) 부인하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덧붙였다. 질문을 한 산케이신문 기자 상의에는 북한 내 한국인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기억한다는 뜻의 통일부 제작 세송이물망초 배지가 달려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답하며 우리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언급하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 대응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또 경제적으로도 협력할 일이 많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사 문제를 아직 청산하지 못해 서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도 고통받지만, 일본도 괴롭지 않겠나. 말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이어 “독도를 둘러싼 영토 논쟁도 많다. 독도는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토이기 때문에 영토분쟁이라고 할 수 없고 논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이 두 가지(협력과 과거사·독도 문제)를 뒤섞을 필요는 없다. 오른손으로 싸워도 왼손은 서로 잡는 유연하고 합리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사실 좀 빠른 시간에 일본에 한 번 갈 생각이었는데 일본이 선거 때문에 매우 바빠져 얘기하던 중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선언하는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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