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이꽃 내 아버지(최인숙, W미디어, 1만6800원)=툿찡포교베네딕도 수녀회 수도자인 저자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수도자이자 딸로서, 아버지의 깊은 내면을 마주한 치열한 사랑의 고백을 담고 있다. 냉이꽃처럼 소박하고 봉숭아꽃처럼 애틋한 아버지의 사랑과 늦게나마 그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 딸의 미안함과 감사를 전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며 사랑과 고통, 희망과 두려움이 얽힌 복잡한 감정들로 인해 때로는 지치고 초조했다고 고백한다. 그래도 사랑하는 이를 돌보며 마음속 깊은 곳까지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치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살아내야 할 하루하루가 고단한 이들에게 “그럼에도 삶은 사랑이었다”고 말해 주는 다정한 문장이 가득하다.

빌런의 심리학(오시오 아쓰시, 김현정 옮김, 시그마북스, 1만8000원)=우리 일상 속에는 수많은 빌런이 존재한다. 주차 빌런, 층간소음 빌런, 지하철 빌런, 갑질 빌런…. 일본의 성격심리학자인 저자는 ‘선과 악’의 도식적인 이분법을 거부하면서, 빌런 같은 이런 나쁜 성격이 오히려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나르시시즘’, ‘사디즘’, ‘악의’ 5가지의 나쁜 성격 유형을 제시하고, 각 성격의 과학적 정의와 유전·환경적 기원, 인간관계 및 조직 내에서의 행동 양상 등을 분석한다. ‘힘에 의한 지배’를 신봉하는 마키아벨리즘 유형의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감정이 결여돼 있고, 도덕이나 윤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이 같은 5가지 유형의 나쁜 성격의 직장인이 높은 평판에 대한 기대와 치열한 경쟁, 낮은 자율성으로 특정 지어지는 현대의 직장에 누구보다 쉽게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여행 면허(패트릭 빅스비, 박중서 옮김, 작가정신, 2만2000원)=여권(旅券)이 파라오 치하 고대 이집트와 중국 한(漢) 제국의 통행증에서부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적인 서류로 자리 잡기까지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여권은 ‘안전 통행 편지’, 즉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는 여행 서류 역할로 출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행허가서, 표준여권, 전자여권으로 발전해 나갔다. 주목되는 점은 여권은 개인의 이동을 더욱 통제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는 것. 이 때문에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에 따르면,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무국적자로 출국비자 없이 스페인 국경을 넘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반면 유대계 독일인 한나 아렌트는 비밀조직의 도움으로 뉴욕행 여객선에 올랐다.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생존을 위해 생김새가 비슷한 친구에게서 빌린 여권으로 프랑스 파리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

파라-다이스(정주하·백민석·황모과, 서경식 기획, 연립서가, 2만2000원)=사진작가 정주하의 연작 사진에 소설가 백민석과 황모과의 소설을 엮은 ‘사진소설’이다. 2023년 별세한 재일 조선인 서경식 작가가 기획한 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참상을 사진과 소설로 표현했다. 정주하의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소들이 모여 사는 ‘희망 목장’을 담았다. 황모과의 소설 ‘마지막 숨’은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소들이 불로불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백민석의 소설 ‘검은 소’는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재일조선인 게이코가 죽음의 땅이 된 후쿠시마로 향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입법과 정론(임재주, 서덕교, 박철, 장은덕, 홍정, 한울, 4만3000원)=국회에서 근무한 입법고시 출신의 저자들이 펴낸 국회의 조직과 활동을 설명하는 안내서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수행하는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중요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각 정당이 입장을 표명하고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해 법률을 제·개정하는 절차가 일반화하고 있으며,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이 수정 없이 가결되는 사례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예산안도 국회 심사 단계에서 감액과 증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를 자주 출입하는 행정부 공직자나 언론인들조차도 국회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대의 기능을 대표하는 국회의 입법과정과 예·결산 심사, 국정감사 등 대정부 견제 기능, 국회 인사권 및 인사청문회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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