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야 에어컨을 틀면 그만이지만, 실외에서 고스란히 더위를 감내해야 할 동물들이 걱정이다. 특히 그늘로 피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묶여 지내는 마당개들은 어쩌나.
점점 극한으로 치닫는 날씨 속에 그늘, 방풍막, 단열처리 등 필요한 조치 없이 동물을 밖에서 기르는 것은 동물의 복지를 침해함은 물론 건강, 생명까지 위협한다. 우리 동물보호법도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보호 의무 중 하나로 ‘동물을 실외에서 사육하는 경우 사육공간 내에 더위, 추위, 눈, 비 및 직사광선 등을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조항으로 무더위에 노출된 동물들을 당장 구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법은 소유자가 위 의무를 위반하여 동물이 ‘상해나 질병을 입은 경우’만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땡볕에 짧은 줄에 묶인 채 헉헉대는 마당개를 발견하고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더라도 ‘개가 아프지 않다면’ 아무런 조치도 없을 확률이 높다. 즉 개가 열사병 등에 걸려 쓰러질 때까지 그 고통에 대해서는 법이 방치하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소유자가 동물을 실외, 실내에서 사육 시 각각 그 환경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며, 극한의 날씨에서는 야외에 오래 묶어두는 것 자체를 금지한다. 예를 들어 미국 워싱턴은 영하 1도 이하 또는 32도 이상의 온도를 극한 날씨로 규정하고, 이러한 날씨에 동물을 15분 이상 사람의 동행이나 적절한 피난처 없이 야외에 두는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형사처벌한다.
이러한 규정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소유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함으로써 극한의 날씨로 인한 동물들의 고통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다. 실외 사육 동물의 환경 개선을 지도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지원하는 등의 조치가 절실한 때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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