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일부 교수가 임기철 총장과 관련한 비위 사실을 알고 이를 대학 감사부에 제보했으나 감사부장이 다른 부서로 발령되고 감사조차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스트 A교수는 지난 4월쯤 임 총장과 계약직 여강사 간의 비위행위를 접하고 감사부장에게 e-메일을 보냈다. 비위행위는 임 총장이 여강사에게 만남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고 술을 마시자고 계속 요청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교수는 감사부에 비위행위를 전달한 뒤 내부 조사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교수는 “여강사는 수차례 동료들에게 총장과 관련된 비위행위의 고충을 토로해 왔다”며 “임 총장이 여강사에게 자기 방(관사)으로 술을 마시러 오라는 등 부적절한 요구를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당시 e-메일을 받은 감사부장은 지난달 1일 총장의 갑작스런 인사 조치로 현재 타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대학측은 아직까지 A교수에게 아무런 통보나 진행 상황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감사부장은 “임기 자체가 정해지진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통상적으로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인데 사전 예고없이 3명의 보직이 바뀌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감사부장은 “죄송하지만 제가 더 확인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문자로 알려왔다. 학내에선 감사부장의 인사에 임 총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스트 측은 “총장은 영어 학습 요령을 배우고 싶어 비서실장에게 여강사의 연락처를 문의했고, 시간이 될 때 커피 한 잔 하며 영어 학습의 비법을 들을 수 있을지 정중히 요청했다”며 “사적인 표현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술자리 요청에 대해선 “원장과 강사 3명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강사가 국제관에 거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대외부총장도 국제관에 살고 있으니 언제 와인 한번 함께 하면 좋겠다는 통상적인 인사말을 전한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계약직 여강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여강사는 기간제근로자로 2년 근무 후 6개월 이상 고용 단절 기간 없이 최근 재계약이 예정됐다.
한편 임 총장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출신으로 2023년 7월 4일 지스트 이사회에서 제9대 총장에 선임됐다. 이명박 정부 때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임 총장의 임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일로부터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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