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후정산 방식 혜택에서 벗어나
공항·항만 도착 즉시 ‘탐나는전’ 지급
지역소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유도
동호회 등 단체관광 지원대상도 늘려
6월 관광객 2025년 들어 첫 증가세 전환
日·동남아 등 해외 가던 내국인 ‘컴백’
해수욕장 누적 이용객 2024년比 270%↑
업계 “성수기 임시항공편 투입 등 시급”
“제주에서 뭘 먹을까?” “제주도는 통갈치구이지.” “엄청 비싸다고 하던데.”
“유튜브나 틱톡에선 가성비 높은 갈치구이나 조림 음식점도 많이 소개하던데… 검색해 보자.”
3일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에서 제주 여행에 나선 가족간 대화다. 대화 주제가 주로 음식과 가격이었다. 한 단체여행객들은 어디론가 우루루 몰려간다. 공항 도착장 제주종합관광안내센터를 방문해 항공권(탑승권) 등을 제시하더니 지역화폐(‘탐나는전’) 3만원씩을 받는다. 관광객 김형기(43·서울)씨는 “고물가 시기에 형식적인 캠페인·이벤트보다도 항공·숙박·렌터카 할인이나 지역화폐 지원이 훨씬 와닿는다”고 말했다.

◆항공·숙박·렌터카 할인에다 지역화폐까지
제주도는 ‘제주에 와서 머물고, 제주를 쓰고 가는 여행’에 초점을 맞춰 단체관광객 대상 여행지원금 지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조례로 지원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사후정산 방식에서 벗어나 공항·항만여객터미널에 도착하는 즉시 항공권을 확인한 뒤 개인별로 탐나는전을 지급한다. 관광객이 제주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원 대상도 기존에는 일반단체(여행사 모객), 수학여행, 뱃길단체, 협약·자매결연단체, 동창·동문회 등으로 제한했지만, 동호회·스포츠단체와 기타 단체까지 포함한다.
제주 단체관광 인센티브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3일 기준 1100여건, 5만여명이 올해 단체 인센티브 지원을 신청했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지난달 10일 탐나는전 지원 공고를 낸 뒤 330여건이 몰렸다. 수학여행은 별도 지원한다.

제주관광공사는 11월까지 2명 이상 다자녀가구 여행객에게 중문면세점에서 선착순으로 2만원 상당의 지역화폐 등을 지원한다. 다자녀 가족이 ‘그린키(Green Key)’ 인증 숙소에 투숙하고, 숙박 확인서를 제출하면 추가로 2만원을 더해 총 4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제주도는 ‘가성비에 반하고, 가심비에 머무는 제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가성비 높은 제주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 실천과제로 선정한 외식분야 공정한 요금 받기, 숙박·교통분야 친절서비스 제고, 해수욕장 편의용품 반값 등의 실천을 약속했다.
◆제주 내외국인 관광객들 골든크로스 조짐

‘제주의 선물과 진심’이 통한 걸까.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반등하면서 ‘골든크로스’ 구간에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634만5487명으로 지난해보다 7.3% 줄었다. 특히 내국인이 533만1496명으로 10.2%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관광객 월별 증감률을 보면 1∼5월 감소세를 보이다가 6월에 처음으로 0.7% 증가했다. 6월 내국인은 3.9% 줄어 감소폭을 줄였다.
내외국인 관광객 월별 증감률을 보면 1월 -6.6%, 2월 -18.2%, 3월 -13.9%, 4월 -7.4%, 5월 -2.0%로 급감세를 보인 2∼3월을 지나 5월부터 회복하기 시작했다. 6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도 120만711명이 찾아 지난해보다 0.7% 늘었다. 외국인이 22만6844명이 방문, 26.5% 증가했다. 내국인은 97만3867명으로 3.9% 감소했다.
내국인 월별 증감률을 보면 1월 -9.4%, 2월 -20.7%, 3월 -15.5%, 4월 -10.1%, 5월 -4.8%, 6월 -3.9%로 감소폭을 줄이고 있다.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당초 예상보다 2.3% 많은 26만명으로, 이 기간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해수욕장 조기 개장 후 일주일간 이용객도 8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해수욕장 조기 개장 이후 30일까지 도내 해수욕장 누적 이용객 수가 약 8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000명 대비 270% 증가한 것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목표인 12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도는 설명했다.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로 발길을 돌리던 내국인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는 넷플리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기와 ‘제주의 선물’ 캠페인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제주 관광업계 “항공편 좌석난 완화 시급”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및 정책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6%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3.5%는 국내 여행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휴가에서 희망하는 지원책(복수 응답)으로는 ‘숙박권 할인’(50.8%)이 가장 많았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혜택 확대’(36.5%), ‘교통비 할인’(35.8%) 등 실질적 비용 절감을 원하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 중 개선점으로는 ‘형식적인 캠페인·이벤트 중심’(23.3%)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이어 ‘사용처 제한이 많은 쿠폰’(18.4%), ‘실효성 낮은 할인 금액’(18.0%) 순이었다.
제주도는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해수욕장 편의용품 반값 제공 등 ‘가성비에 반하고, 가심비에 머무는 제주’ 캠페인을 펼치며 관광객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내국인관광객 유치 관건은 항공편 좌석난 해결이다. 최근 제주 기점 항공편은 90%가 넘는 높은 탑승률을 보이고 있다. 항공 하계 운항 스케줄상 국내 항공 공급석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정 요일과 시간대 좌석 구하기도 힘들고 항공료도 오르고 있다. 수학여행단 등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김포∼제주 등 좌석난이 내국인 관광객 방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강동훈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제주관광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항공 공급석을 확대하고, 뱃길 활성화와 제2공항 완공까지 대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일순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여름 성수기 제주 노선에 중대형기 중심으로 임시항공편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항공사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영훈 제주지사 “디지털관광증 누구나 발급 다양한 혜택으로 감동 선사”
“디지털관광증을 발급받은 관광객은 원패스 시스템으로 공영·사설 관광지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재방문을 유도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오영훈(사진) 제주지사는 “제주도정의 가장 큰 미션 중 하나인 디지털 대전환과 연계해 관광멤버십 플랫폼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의 디지털 관광증을 9월부터 본격 발급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지사는 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의 자연을 보전하고 제주 도민과 함께 공존·존중하는 여행을 하겠다는 ‘제주와의 약속’에 서약하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플로깅(걷거나 뛰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등 친환경 관광 프로그램, 지역 상생 마을 체험, 전기차 대여와 저탄소 숙박 연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제주만의 지속가능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여행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며 “여행의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 ‘만족’을 넘어 ‘감동’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관광객 유입 확대에 초점을 맞춰 ‘제주의 선물’이라는 관광객 여행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학여행단을 대상으로 안전요원 고용 지원 항목 신설은 물론 지원금액을 100만원으로 상향하고 자매결연·협약단체(최대 600만원), 동창·동문회(최대 200만원) 등 지원 유형을 신설하는 등 지난해보다 강화된 인센티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고비용 관광 해소 대책과 관련, “빅데이터 기반 관광 물가지수 개발 용역 결과 대체로 제주 관광물가와 전국의 물가상승 추세는 유사했다”며 “제주 관광 물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추가 연구용역을 통해 제주가 막연히 비싸다는 인식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관광 물가 안정화를 위한 ‘가성비 높은 제주 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를 운영 중”이라며 “음식점 외부 대형 가격 표시판 설치 독려, ‘비짓 제주’ 등 관광 플랫폼을 통해 가성비 높고 1인 식사 가능한 식당, 착한가격업소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지사는 “제주 관광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난해부터 ‘제주와의 약속’으로 대표되는 환경·공정관광 확산을 핵심 정책으로 펼치고 있다”며 “올해도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대해 여행객의 관심을 사로잡고 실천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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