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가 한국 시장에 늘어나면서 한국의 전자상거래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는 폭증하는 반면,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가 늦기 전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토종 플랫폼’을 육성하고 글로벌 디지털 규범 논의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의 디지털 통상 발전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2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무역수지는 2023년 6조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00억원 적자로 전환된 이후 불과 4년 만에 600배 급증한 수치다.

연구 결과, 한국 소비자의 중국 디지털 플랫폼 구매액은 2022년 2조1070억원으로 미국 플랫폼 구매액(1조9990억원)을 역전한 데 이어, 2023년에는 53.2% 급증한 3조227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대중 국경 간 전자상거래 판매액은 2020년 5조2010억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2023년에는 1조560억원으로 급감했다. 3년 새 약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역전 현상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디지털 무역 육성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디지털 서비스 수출이 전체 서비스 수출의 56.7%를 차지했으며, 2022년에는 이미 세계 최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등극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서비스 수출 기지 지정 △국경 간 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 설립을 통한 세제 혜택 △알리페이 등 모바일 국제결제 시스템 육성 등 다각도로 지원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디지털 무역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데이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촉진 및 규제에 관한 규정’을 발표하고 자유무역시험구에서 금지하는 것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범 운영했다. 보고서는 이를 “중국이 DEPA(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염두에 두고 국제 디지털 규범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이 중국 플랫폼의 품질·안전 문제,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노동·환경 문제, 데이터 안보 리스크 등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IEP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에서 소비자 보호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계 플랫폼 관련 가장 큰 문제가 불량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라며, 중국이 호주·칠레 등과 체결한 FTA처럼 소비자 보호 관련 문구를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국내 플랫폼 산업의 정책 방향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형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면서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인정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처럼, 한국도 반경쟁 행위 규제에만 매몰되지 않은 토종 플랫폼 육성을 제안했다.
또한 한국의 국제 디지털 규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DEPA 가입 등으로 글로벌 디지털 규범 논의가 활발해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국과 EU가 중국 플랫폼을 규제하며 노동·환경 문제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어 새로운 통상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디지털 통상 전략은 내수 부진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과 정부가 선제적이고 균형 잡힌 대응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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