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계엄문건 못 봤다’ 진술했지만
CCTV 영상엔 살피는 모습 포착
‘언론 단전 지시 의혹’ 이상민 등
국무위원들 가담 정도 일제 조사
‘평양 침투 무인기와 軍 드론 유사’
軍보고서 외환 혐의 물증 될 듯
특검, 혐의 다진 뒤 5일 尹 2차조사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윤석열정부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얼마만큼 동조했는지에 따라 내란 공모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은 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을 불러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 등에 대해 추궁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위원의 권한이나 의무 역할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담 정도 따라 공모관계 갈려”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 중 한 전 총리는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오후 8시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고 대통령실로 가서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자신은 계엄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으나 실패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한 전 총리 주장과 수사 내용 일부는 부합하지 않는다. 한 전 총리는 사전에 계엄과 관련한 문건을 본 적 없다고 했는데, 수사기관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계엄 문건을 살피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문서에 부서(서명)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달리, 사후 새로 작성한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사실도 추가로 파악됐다.
언론사 단전·단수 등을 지시한 의혹이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이튿날 안전가옥에서 회동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미 검·경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다만 “사안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거나 참고인 조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정도가 공모관계를 가를 전망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총리나 장관들이 대통령 의중에 동의하며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 동의했다면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고 해서 공모관계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봤다. 다만 계엄 선포 문서에 서명했다면 “의사와 달리 억지로 서명한 것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공모의 중요한 정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무회의를 거쳐 발동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무위원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고유한 직무가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 관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권리 행사를 방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원론적으로 국무위원이 계엄령 발동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의결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무회의 주재자인 총리는 몰라도 장관들은 의견만 낼 수 있는 위치라 직권남용의 피해자도 가담자도 아니다”라고 봤다.

◆軍 무인기 보고서, 외환 증거될까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내란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특검이 전날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을 우선 소환해 조사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연구소가 4월 내놓은 평양 침투 무인기와 드론사가 보유한 무인기가 매우 유사하다는 ‘북 전단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군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만큼 이 보고서가 외환죄 수사에 주요 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10월 보도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과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후 드론사에 무상 제공한 무인기의 전체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집중수색과정에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는데, 조사 결과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정했다고 했다. 북한은 이 무인기가 드론사가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행사 때 공개했던 무인기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은 외환 관련 혐의 사실을 다진 뒤 5일 윤 전 대통령 2차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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