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되도록 제자리걸음인 당 쇄신작업을 지휘할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의사 출신이기도 한 안 의원은 어제 인선 발표 직후 당의 상황을 사망 선고 직전의 의식불명 상태인 코마(COMA)로 규정하면서 ‘악성종양 수술론’을 제기했다. “악성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치유를 믿고 있는 모습”이라고 개탄하며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안 의원 지적대로 배를 가르고 암 덩어리를 끄집어낼 각오가 없으면 국민의힘은 미래가 없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의원에 대해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정보기술) 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두루 경험해 과감한 당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했다. 안 의원이 당 개혁의 적임자인 이유는 풍부한 사회경험 덕분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국면에서 보여준 일관된 계엄 반대·탄핵 찬성의 정치 행보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당론과 달리 안 의원은 파면 찬성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했다. 국회의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표결 시에도 극히 일부 의원들과 함께 찬성표를 던지는 꼿꼿함을 보여줬다. 안 의원의 혁신 의지에 그나마 기대를 거는 이유다.
비주류인 안 의원 앞길은 순탄치 않다. 국민의힘 구주류는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해 혁신에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자당(自黨)의 개혁 의지에 빵점을 줬겠는가. 김 전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시도 당무감사,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개혁안 중 뭐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 구주류인 송 비대위원장은 어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12·3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끼쳐 드렸다”고 여전히 애매모호하게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도대체 ‘윤석열의 덫’에서 언제 탈출할 것인가.
안 의원이 칼을 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손에 피 묻힐 일을 피하지 않는다는 결의로 혁신에 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탄핵 반대 당론의 변경이다. 국민의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비대위 운영은 한시적이라 시간은 안 의원 편이 아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과감한 행보로 쇄신의 새 바람을 일으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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